스포츠일반
대한체육회장 선거, ‘성’과 ‘계파’ 전쟁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막판까지 불꽃을 튀기고 있다. 사상 최초로 성(性)대결로 펼쳐지는 데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의 이합집산도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한국 유도의 대부'로 불리는 김정행(72) 용인대학교 총장이 기호 1번, '사라예보 신화 주인공'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이 기호 2번이다. 김 총장과 이 의원 모두 경기인 출신으로, 대표선수를 역임한 엘리트 체육인이다.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김종렬 전 회장(제30대·1989~1993)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경기인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김 총장은 대한유도회장을 6차례 역임하는 등 한국 유도 발전을 이끈 리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고, 두 차례나 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 의원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탁구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국민 영웅' 반열에 오른 스타 체육인이다. 이후 용인대 교수와 태릉선수촌장을 거쳐 지난해 열린 제18대 총선에서 체육계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됐다.
'사상 첫 여성 회장'의 탄생 여부도 주목을 끌고 있다. 역대 체육회장은 전원 남성들로만 구성됐다. 이 의원은 드물게 스타선수-교수-체육행정가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했다. 사상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자의 체육계 핵심 참모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한편 '대의원 계파'가 화두로 떠오를 경우 김 총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 55명(체육단체장 52명, IOC위원 2명, 선수위원장 1명) 중 기업인 출신의 비율이 35명으로 가장 높다. 김 총장은 체육인 출신이지만, 기업가 박용성 현 회장의 복심이자 후계자로 불린다는 점에서 재계 소속 대의원들이 뜻을 모을 경우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다.
김 총장을 지지하는 한 인사는 "이 위원이 박근혜 당선인의 후광 효과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김 총장 또한 체육인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만큼 기업가 출신 대의원들이 김 총장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