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네 시즌 동안 최하위였던 우리은행이 2012-2013 정규리그 우승팀이 됐다. 우리은행은 21일 청주 원정에서 KB국민은행을 65-51로 꺾고 남은 경기 승패에 상관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굳혔다.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 만에 이뤄낸 정규리그 우승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바뀐 플레이오프 규정에 따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우리은행을 정상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초보 사령탑' 위성우(42) 감독이다. 위 감독과 전주원(41) 코치는 지난 시즌까지 안산 신한은행 코치로 있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함께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던 우리은행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꿔놓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업계의 앙숙이다. 그래서 위 감독과 전 코치가 우리은행으로 한꺼번에 옮긴 것은 파격적이었고, 이들이 부임 첫해 단숨에 우승을 차지한 성공 스토리는 그래서 더 극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우리은행의 벽에 막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순우(63) 우리은행 행장은 우승 확정 후 선수단을 격려하며 기쁨을 함께 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을 맡자마자 정신력 강화를 위해 선수들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하루 9시간 가까운 맹훈련을 통해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여자프로농구팀은 주로 실력이 엇비슷한 남자 중학교 팀과 연습경기를 하는데, 위 감독은 "지더라도 남자 고등학생들과 싸워 보라"며 선수들에게 자극을 줬다. 현역 시절 전문수비수였던 위 감독은 전공을 살려 강력한 지역방어도 구축했다.
전 코치는 강하게 다그치는 위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다독이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2011년까지 현역 생활을 한 전 코치의 경험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결혼한 임영희(33)는 "전 코치가 아줌마 선수로 살아가는 경험을 이야기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가드 출신 전 코치의 지도 아래 2008년 전체 1순위로 뽑힌 유망주 박혜진(23)은 수준급 가드로 발돋움했다.
"오프시즌부터 힘든 과정을 잘 참아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기뻐한 위 감독은 "신한은행에서 우승할 때는 코치였지만 우리은행서 감독으로 우승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올스타 휴식기 후 경기력이 좋지 않아 정말 힘들고 지루했는데 우승을 확정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주장 임영희는 "우승 확정 후 어깨동무하면서 돌자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들 우승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