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의 공격 방식이다. 발 빠르고 정교한 톱 타자로 잽을 날리기보다 장타력 있는 톱 타자를 내세워 큰 데미지를 주겠다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WBC 대표팀이 대회 전까지 치르는 네 번의 평가전 중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를 1번에 기용해 테스트한다"고 22일 전했다. 유격수인 사카모토는 지난 시즌 14홈런 69타점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으로 치면 최정(SK)이나 강정호(넥센)급의 선수. 그런 장타력 있는 선수를 타순 맨 앞에 넣는 것은 상당히 독특하다.
야마모토 고지 대표팀 감독은 "기본적으로 1번 초노, 3번 사카모토, 4번 아베는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대회에 들어가면 득점을 위해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상위 타순에 넣지 않으면 안될 때도 있다"고 사카모토의 톱 타자 실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번 사카모토, 3번 우치카와가 될 지도 모른다"고 플랜 B까지 밝혔다.
사카모토는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주로 3번을 쳤다. 하지만 통산으로 보면 1번으로 나선 것이 399경기로 3번 139경기보다 훨씬 많다. 대표팀의 또 다른 톱 타자 후보 초노 역시 지난해 14홈런 60타점을 올린 한방 있는 타자다. 그는 "톱 타자로 나서면 도루보다 홈런에 비중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둘 중 누가 1번으로 나오든 상대팀은 1회 첫 타자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
WBC에서 일본은 발 빠른 선수를 1번 타자로 고집하고 않고 타격감에 따라 유연하게 타순을 짜 효과를 봤다. 2006년 1회 대회에선 3번 후쿠도메 고스케가 2라운드까지 타율 0.105로 부진하자 오 사다하루 감독은 1번을 치던 스즈키 이치로를 준결승부터 3번에 배치해 우승을 이뤘다. 후쿠도메는 한국과 준결승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 투런홈런을 쳤다.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일본은 현재 이치로만한 확실한 톱 타자감이 없다.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사카모토와 초노다. 지난해 173안타로 공동 최다안타왕에 오른 둘은 3할 타자로 정교하고 발도 빠르다. 이치로보다 장타력은 위다. 일본대표팀은 지난해 각각 퍼시픽리그, 센트럴리그 도루왕이었던 히지리사와 료와 오시마 요헤이가 20일 대표팀에서 탈락해 스몰볼의 색채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카모토와 초노의 한방 능력은 "1점씩 짜낼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씻고 분위기를 단번에 돌릴 수 있는 무기다.
다쓰나미 가즈요시 대표팀 타격코치는 "WBC엔 투구 수 제한이 있어 빠른 승부가 예상된다"며 강한 1번에 큰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