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화와 큰 동화의 싸움이다. 스완지시티가 우승하면 놀랄 일이다. 브래드포드시티가 우승한다면 그건 기적이다."
스완지시티의 미카엘 라우드럽(49) 감독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브래드포드시티(4부리그)와의 2012-2013 캐피탈원컵 결승전을 '동화' 대결이라고 이름붙였다. 두 팀 모두 100년 넘게 큰 대회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스완지시티는 웨일즈컵이 따로 치러질 때 10차례 우승한 게 전부였다. 브래드포드에겐 102년 전인 1911년 FA컵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두 팀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동화 같은 스토리로 결승까지 올랐다. 스완지시티는 4강에서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 첼시를 잡았다. 브래드포드는 더 놀라웠다. 1부리그 팀인 아스널과 애스턴빌라를 연파했다.
결승전을 앞둔 웸블리 구장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흰 유니폼을 입은 스완지시티 팬들과 갈색과 노란 줄무늬 옷을 입은 브래드포드 팬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관중석이 흰색과 갈색으로 좍 갈라졌다.
스완지시티 팬인 케빈 필립스(42)는 "창단 100년 만에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다. 오늘 5-0으로 이겨 내년 시즌 유로파 진출권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캐피탈원컵 챔피언팀에겐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선수들이 입장하자 8만2587명이 운집한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완지시티 팬들은 웨일즈의 국가를 불렀다. 웨일즈는 16세기에 영국연방에 편입됐다. 그러나 축구에선 여전히 독립국이다. 월드컵에도 대표팀을 따로 내보낸다. 스완지시티 팬들은 이 경기를 웨일즈와 잉글랜드의 대결로 규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 팀의 상대 전적은 20승14무20패였다. 막상 뚜껑을 열자 실력차가 확연했다. 스완지시티는 전반 15분 나단 다이어(26)의 선제골과 40분 미구엘 미추(27)의 골로 전반을 2-0으로 앞섰다. 후반에도 다이어가 한 골, 조나단 데 구즈만(26)이 두 골을 넣어 5-0으로 완승했다. 스완지시티는 웨일즈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브래드포드는 졌지만 슬퍼하지 않았다. 브래드포드 팬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을 계속 했다. 스완지시티 팬들도 상대 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브래드포드를 응원한 한 팬은 "브래드포드는 애환이 담긴 팀이다. 1985년 홈구장이 불에 타 56명의 팬들이 사망했다. 또 선수단 내 인종차별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며 "이번에 브래드포드가 결승에 오르며 서(西)요크셔 지방이 하나가 됐다. 정치가 못한 일을 축구가 해냈다. 비록 4부리그에 있지만 브래드포드는 자랑스러운 내 팀이다"고 말했다.
캐피탈원컵에서 만들어진 작은 동화와 큰 동화,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정리=김민규 기자, 런던=김수형 통신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