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9단은 26일 중국 상하이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첫 경기에서 중국 천야오예 9단을 상대로 26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쾌조의 3연승을 이어나갔다. 마치 제14회 농심배 우승을 떼어놓은 당상처럼 여긴 중국 바둑계는 조용해졌다.
이 날 경기는 한국의 11번째 우승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일본 선수들이 전원 탈락하고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들은 최철한·박정환 단 둘 뿐이었다. 중국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천야오예·장웨이지에·쉐허 삼인방이 버티고 있었다. 만약 최 9단이 패한다면 한국은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날 경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예상대로 중국은 최 9단의 '천적'으로 불리는 천야오예 9단을 내보냈다. 최 9단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마인드 어코드 대회에서 천야오예 9단에게 승리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천야오예 9단에 8연패를 기록했다. 중국 기자들은 "한국 선수들은 성장세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한국의 주장 박정환 9단과 김인 한국팀 단장은 "한국이 열세인 게 맞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최 9단은 초반부터 발빠른 실리형 바둑을 구사하는 천야오예 9단에게 약간씩 끌려가는 듯 보였다. 최 9단이 지나치게 튼튼한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었지만 중반부터 천야오예 9단의 대마를 공격하며 흑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튼튼하게 버틴 최 9단의 전략은 결국 후반부에 가서 빛을 발했다. 전세가 역전되자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중국측 진영은 침묵에 빠졌다.
승리한 직후 최 9단은 "비교적 편하게 풀어나간 바둑이었다. 너무 두텁게 둬서 실리를 못찾았는데 천야오예 9단이 버티면서 큰 손해를 봤다"면서 "내일은 장웨이지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목표가 5연승이기 때문에 누가 나오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