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신-일본 대표팀의 평가전. 교세라돔 일본 대표팀의 전광판에는 0이 아홉번 연속 찍혔다. 일본 타선은 3안타에 그치며 0-1로 졌다. 24일 호주전 맹타가 거짓말처럼 침묵하자 야마모토 고지(67) 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언론과 팬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패 도전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전혀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원점으로 퇴보한 물방망이 타선
일본은 지난 17일 히로시마전을 시작으로 총 4차례의 평가전을 가졌다. 평가전 전적은 2승2패. 히로시마에 0-7로 졌지만, 23~24일 호주를 상대로는 3-2, 10-3으로 역전승했다. 특히 24일 호주전에서는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며 10-3으로 크게 승리, 이전 두 경기에서 각각 3개·4개의 안타에 그쳤던 타선이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26일 한신전에서 타선은 다시 후퇴했다. 호주전에서 통했던 회심의 타순 변경 카드도 무용지물이 됐다. 야마모토 감독은 24일 호주전에서 1번 사카모토 하야토(24·요미우리)-3번 우치카와 세이치(30·소포트뱅크)-5번 츠노 히사요시(28·요미우리)를 각각 배치해 성공했다. 이전 경기에선 사카모토가 3번, 우치카와가 5번, 츠노가 1번을 맡았다. 새로운 타선에서 톱타자 사카모토는 안타와 볼넷 등으로 3차례 출루했고, 우치카와는 5타수 3안타, 츠노도 첫 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이들은 한신전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고, 1~5번 타순은 무안타로 침묵했다.
◇'연습경기지만 이래도 괜찮은걸까?'
일본은 지난 네 경기에서 총 13점을 뽑는데 그쳤다. 특히 24일 한신전에서는 선발투수 랜디 메신저(32)를 제외하면 지난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선수들이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도 타선 부진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야마모토 감독은 경기 뒤 15분간 긴급 코칭스태프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타자들의 너무 조급함을 갖고 있다.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다쓰나미 가즈요시(44) 타격코치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강조했고, 주장이자 팀의 4번타자인 아베 신노스케(34·요미우리)는 "타격이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나아질 계기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개막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에 불안감만 남겼다"고 혹평했다. 팬들 역시 '연습경기라고 하지만 이래도 괜찮은걸까' '상대가 미국이나 한국이었으면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일본은 지난 1회 대회에서 타율 0.311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회 대회에선 타율 0.299로 전체 5위에 그쳤지만 준결승 진출 국가중에서는 2위에 오르며 우승했다. 계투진이 호투 중이지만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마에다 겐타(25·히로시마)가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타선마저 터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대표팀의 큰 걱정이다.
일본은 28일 지난해 챔피언 요미우리와 마지막 공식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달 2일 브라질과 1라운드 첫 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