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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한국 경마, ‘3고 현상’ 에 운다
한국경마가3高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이 매년 발간하는 연간보고서(2011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경마는 연맹회원국 47개국 중 경주당 평균상금이 3위, 발매원천세율이 4위, 특별적립금 공제율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한국경마의 수준은 아직까지 PARTⅢ로 분류될 만큼 낙후돼 있다. 경마수준에 비해 출혈이 많은 셈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주상금이다. 한국경마의 경주당 상금은 5만8691유로(한화 약 7330만원)로 홍콩 10만7048유로, 아랍에미리트 10만886유로에 이어 세계 3위다. 이는 일본(4만6263유로), 프랑스(2만3526유로), 미국(1만4940유로), 영국(1만1917유로) 등 경마 최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금액이다. 경마상금은 매출원가임에도 한국에서는 매출액과 연동되지 않고 전년도 상금규모를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반면 외국에서는 매출액과 상금을 연동하거나 경주당 상금책정 방식을 쓰고 있다.
세금 역시 한국경마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마권매출액의 16%를 원천공제해 국세와 지방세로 납부하고 있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28%), 모로코(20%), 인도(17.8%) 정도다. 터키와 모로코는 사행산업을 죄악시하는 이슬람 국가들이고, 인도는 원래 높은 세금과 각종 규제로 유명한 국가다. 반면 경마종주국인 영국은 원천세가 아예 없고, 홍콩도 경마산업 진흥을 위해 2006년 원천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2~3% 내외, 일본도 10%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경마팬이 대부분 서민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율의 경마과세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에도 맞지 않는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매년 이익잉여금의 70%를 특별적립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적립금은 2300억 원이었다. 대부분 축산발전기금으로 들어가 구제역 농가의 보상금 등으로 쓰이고 있다. 정부가 경마시행체의 이익금을 공제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그나마 일본은 50%에 그치고 있다.
한국경마는 매출에서 세금 내고, 비용으로 상금 주고, 이익에서 적립금을 빼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매출을 아무리 올려도 세 번에 걸쳐 커다란 자금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마전문가들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한국경마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지노·토토 등 경쟁산업이 확대일로에 있는 가운데 자칫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경마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마사회는 물론이고 마주협회·조교사협회·관리사노조 등 유관단체들도 머리를 맞대고 3高 현상에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