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맨유 시절 떠올렸던 박지성의 택배 크로스
산소탱크가 다시 가동됐다. 살아있는 택배 크로스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벼랑끝에 몰렸던 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새 활력을 얻었다.
박지성(32·QPR)이 다시 뛰었다. 그리고 팀 승리를 이끈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박지성은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끝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사우스햄턴과 경기에서 후반 32분 제이 보스로이드(31)의 결승골을 도왔다. 이 골로 QPR은 2-1로 승리를 거둬 60일만에 시즌 3승(11무14패·승점 20)을 올리고 최하위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2월 한달동안 통째로 쉬었던 박지성은 지난 1월 12일 토트넘전 이후 50일만에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팀 승리까지 이끄는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며 박지성에 평점 7점을 부여했다.
◇ 다시 살아난 산소탱크
모처럼 선발로 나선 박지성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최근 자신에게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끈질긴 수비로 사우스햄턴 선수들을 물고 늘어진 것은 기본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까지도 중원에서 펄펄 뛰며 상대 공격을 일차적으로 차단하려 할 정도로 체력도 좋았다.
그동안 아쉬웠던 공격력에서도 모처럼 살아났다. 후반 초반 침체돼 있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섀도 스트라이커나 측면 미드필더로 자리를 계속해서 바꾸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결국 후반 32분 결실을 맺었다. 오른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요시다 마야와의 경합을 이겨낸 박지성은 지체 없이 문전으로 땅볼 패스를 연결, 제이 보스로이드의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보스로이드가 가볍게 오른발만 갖다댔을 정도로 깔끔했던 '택배 크로스'였다. 공·수 모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을 때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 맨유 내공이 키운 박지성의 위기 타파
최근 박지성은 온갖 위기설에 시달렸다. 지난 1월 27일 3부리그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펼쳐 2-4로 완패를 당했을 때 해리 레드냅(66) 감독은 공개적으로 박지성을 비판했다. 이후 실제로 박지성은 경기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1월 30일 맨체스터시티와의 리그 경기 이후 한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2부리그 왓포드와 리저브(2군) 경기에 출전했다. 이를 두고 '레드냅 감독의 눈밖에 완전히 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지성은 지난 1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이적설도 불거졌다. 불안한 입지 탓에 각종 해석과 소문, 우려가 잇따랐다.
그러나 박지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쌓은 '7년의 내공' 덕분이었다. 2005년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매 시즌동안 위기설, 이적설에 시달렸던 경험이 박지성을 잡아주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박지성은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한데다 위기 극복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도 많은 만큼 매 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사우스햄턴전 맹활약으로 박지성은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강등권 탈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QPR을 위해 더 큰 역할을 얻을 수도 있다. 장지현 SBS ESPN 해설위원은 "레드냅 감독이 중원에서 활발하게 뛰는 선수를 좋아하는 점을 감안하면 박지성의 이번 활약은 충분히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면서 "앞으로도 박지성이 계속 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