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이 뽑았던 유망주 이아니스 지쿠(30)가 강원FC에서 꽃을 피고 있다.
지쿠는 21살이던 2004년 인터 밀란에 입단했다. 이전에 그는 루마니아의 명문 디나모 부쿠레슈티에서 뛰면서 주목 받았다. 17살 나이에 루마니아 1부리그에 데뷔했던 지쿠는 왼발을 잘쓰고 개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은 유망주였다. 2004년부터 인터밀란의 지휘봉을 잡았던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현 맨체스터 시티)도 지쿠의 이런 가능성을 보고 영입한 것이다. 영입 초기에는 우루과이 특급 알바로 레코바(37)의 장기적 대체자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2004년 8월 열린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과 연습경기 당시에도 후반 31분 레코바를 대신해 경기장을 밟았다. 그러나 지쿠는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 인터밀란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세리에A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인터밀란을 떠나야 했다. 그는 파르마(이탈리아)와 디나모 부쿠레슈티로 임대를 다녔다.
이후 지쿠는 불가리아의 CSKA 소피아를 거쳐 2012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초 황선홍 감독의 신뢰 속에 K리그에서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79㎝인 그는 몸무게가 82㎏까지 나가며 뚱뚱하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거기에 게으르다는 이미지도 강했고 결국 전반기를 마친 뒤 강원으로 임대를 떠났다. 저니맨으로 전락한 그는 선수로 꽃 피진 못할 것이란 혹평도 들었다.
그랬던 지쿠는 강원에서 살아났다. 김학범 감독은 카리스마로 지쿠를 가르쳤다. 지쿠도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지난 시즌 후반기에 9골을 넣으며 강등권에 머무르던 강원의 잔류를 이끌었다. 휴식기 동안 고향 루마니아로 돌아간 지쿠는 현지 인터뷰에서 "K리그식 훈련을 전세계가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오전 7시 30분 조깅을 통해 활기를 찾고, 오후 10시 30분과 오후 3시에도 맞춤형 훈련을 한다"며 놀라워했다. 보통 해외리그 팀들은 하루에 딱 한 번 훈련한다.
지쿠는 강원에서 6㎏을 감량했다. 그는 올시즌이 개막하기 전 SNS를 통해 날씬해진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창일 강원 수석 재활트레이너는 "현재 지쿠는 76㎏뿐이 나가지 않는다. 지난 시즌 중반 우리팀에 올 때보다 근육양도 늘어 더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몸이 가벼워진 지쿠는 지난 3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부산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올렸다. 강원은 전반 30분 주장 전재호가 퇴장당했지만, 지쿠의 활약을 앞세워 원정에서 2-2로 비겨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올시즌 지쿠의 활약은 어떻겠냐'는 질문에 김학범 강원 감독은 "지쿠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그도 훈련을 열심히해 경기에 뛰는 것 뿐이다"며 "2라운드에서 만날 수원은 강팀이다. 부족한 전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은 9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