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원정 경기 전 만난 전창진(51) KT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절친한 동생인 강동희(47) 동부 감독의 검찰 조사 때문이었다. 전날 강 감독은 경기도 의정부지검에서 12시간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어 8일 오후 검찰은 강 감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감독은 승부조작과 관련해 대가를 받은 것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구속된 브로커들의 진술과 경기 녹화자료 분석결과, 현금 인출내역 등 증거자료를 분석해 영장을 청구했다.
전 감독은 강 감독 관련 소식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 감독은 2005년 동부 감독 재직 시절, 강 감독을 코치로 불러들여 네 시즌동안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특히 2007-2008 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도 함께 일궈냈을 정도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허재(48) KCC 감독과 함께 '농구판 절친 3총사'로 통했던 이들이었던 만큼 강 감독의 소식은 전 감독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전 감독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경기 전에 잠시 눈 붙였는데 매니저가 겨우 깨워서 나왔을 정도였다"면서 "내내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강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은 날, 전 감독은 직접 의정부지검을 찾았다. 강 감독이 조사를 마칠 즈음인 8일 새벽에 지인들과 함께 갔다.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격려를 주고 싶어서였다. "(검찰에 간 상황에)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만류에 호되게 야단쳤다. 못 갈게 뭐가 있느냐. 친한 동생이 그렇게 돼 마음이 안 좋아 갔는데 오해받을 게 있겠냐"면서 "무슨 위로라도 전하면서 밥이라도 좀 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감독과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전 감독은 "기자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건 진짜 처음 봤다. 그 상황에서 만나는 게 불가능해서 발길을 돌렸다"면서 "통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더라. 어제 정말 보고 싶었는데 걱정이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강 감독에 대한 변치않는 신뢰를 전했다. 기자들에 수사 진행 상황, 향후 일정 등을 자세하게 물어본 전 감독은 "이번 일로 너무 속상하더라.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언론들이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완전하게 혐의가 나온 것도 아닌데 너무 부정적인 면만 확대시키고 있다. 만약 나중에 무죄로 입증되면 강 감독은 이민이라도 가야 하는 것인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달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대화 내내 한숨을 자주 내쉰 전 감독은 11일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다는 말에 "불구속으로라도 끝나면 좋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친한 동생의 처지에 전 감독은 내내 안타까움만 가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