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시즌 전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이 뽑은 올 시즌 우승 후보 0순위 팀이다. 모두가 서울의 승리를 점쳤지만, 인천은 경기력으로 서울을 압도했다.
김 감독에게 서울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상대다. 지난해 4월 감독 대행으로 사령탑에 오른 뒤 서울과 처음 격돌한 7월 홈 경기에서도 인천은 3-2로 이겼다.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송영길 인천 시장 겸 구단주는 그 자리에서 김 감독의 ‘대행 꼬리표’를 떼줬다. 이쯤 되면 김 감독을 '독수리' 최용수 감독을 잡는 저격수로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김 감독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달리 현역 시절 별명도 저격수였다. 날개 공격수였던 김 감독은 프로에서 10시즌 동안 44골 16도움을 기록했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왼발잡이’로, 팀이 어려울 때 터뜨리는 ‘한 방’이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저격수답게 스타일도 강렬했다. ‘맥가이버 머리’라 불린 장발에 반짝이는 금 목걸이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김 감독은 “당시엔 규정상 앞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없어서 뒷 머리를 기르는 게 유행이었다”며 “저격수라는 별명에 신경 쓴 건 아니지만, 외모엔 관심이 많아 거울을 자주 봤다”고 웃었다. 금 목걸이는 일종의 징크스였다. 김 감독은 “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실제로 목걸이를 하고 다닐 때 크게 다친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과도 친분이 두텁다. 김 감독은 “최 감독은 아끼는 후배인데, (계속 이겨서) 미안하다”고 멋쩍어 했다. 김 감독은 “시즌 전에 괌에서 같이 전지훈련을 했는데, ‘서울이 축구 잘하는 비법’을 물었더니 중요한 건 안 가르쳐 주더라. 지금와서 보니 우리가 이길 줄 알고 그랬나 보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독수리를 떨어뜨린 비결을 ‘단결’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서울과 전력 차를 우리팀 스스로가 인정한 뒤 선수들이 한 발 씩 더 뛰었다. 팀으로 상대하는 게 축구인 만큼 서울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김봉길 매직’ 시즌 2를 예고했다. 인천은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다 여름부터 상승세를 탄 뒤 19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 기록을 세웠다. 상위리그(8위까지 진출) 진출을 아쉽게 놓쳤지만 인천은 K리그 반전 드라마를 썼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상위리그에 오르지 못해 성과에 비해 선수들이 빛을 많이 못 봤다”며 “올해는 꼭 상위 리그에 진출해서 시즌 후반 보여준 김봉길 매직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