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32·삼성)이 신무기 장착을 눈 앞에 뒀다. '커브볼러'가 던지는 포크볼. 윤성환은 10일 "시범경기를 통해 포크볼을 시험해 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윤성환은 지난해부터 포크볼 그립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시험해보지 않았다. 마침 현역시절 날카로운 포크볼을 던졌던 카도쿠라 겐(40)이 삼성 투수 인스트럭터로 부임했고, 스프링캠프를 함께 했다. 카도쿠라 인스트럭터는 "윤성환의 포크볼 구위가 괜찮다"고 평가했다. 윤성환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포크볼을 던졌다. 그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경기 중에 5~6개 정도 던진다"고 하면서도 "구종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구종의 다양화
윤성환은 삼성에 입단한 2004년, 팀의 핵심 불펜 투수로 뛰었다. 대학 시절부터 명성이 높았던 커브는 프로 무대에서도 통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의 특성상 많은 구종이 필요하지 않았다. 직구와 커브, 간간이 던지는 슬라이더만으로도 승부가 됐다.
윤성환은 2008년 선발로 전환했다. 그해 성적은 10승11패 평균자책점 3.92.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윤성환은 2009년부터 체인지업을 던졌다. 좌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커브·슬라이더를 던지던 투수가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면서 상대 타자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당시 윤성환은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환은 2009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4.32)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윤성환의 체인지업은 지난해 변화했다. 외국인선수 탈보트에게 조언을 구했고, 각을 키웠다. 윤성환은 "그립 자체를 다르게 쥐었다. 그리고 공을 손 깊숙하게 넣어 각을 키웠다"고 전했다. 윤성환은 직구·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4개의 구종을 편안하게 던지는 투수가 됐다.
포크볼 효과는?
윤성환은 최근 2~3년간 직구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불펜에서 뛸 때 시속 140㎞대 후반을 넘나들던 직구 구속이, 선발로 전환하면서 평균 140㎞대 초반으로 줄었다. 윤성환은 "구속보다 공끝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직구를 던질 때 공을 감싸쥐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찍어' 던진다. 회전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모 구단 전력분석원은 "타자들은 회전이 많은 직구를 볼 때 '호핑(공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느낀다. 윤성환의 직구가 그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환은 지난해 부상으로 한달 여를 쉬면서도 9승6패 평균자책점 2.84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2승을 책임졌다. 윤성환은 "직구 구위를 끌어올린 덕분"이라고 했다.
더 나은 2013년을 위해, 윤성환은 포크볼을 던진다. 포크볼이 실전용으로 완성된다면 윤성환의 승부수도 늘어난다. 체인지업은 구속의 변화로 상대 타자를 속인다. 포크볼은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가라앉는다. 비슷한 구속이라도 쓰임새를 달리할 수 있다. 윤성환은 12시방향에서 6시로 떨어지는 커브의 이상적인 '종으로의 변화'로 프로 입성에 성공했다. 커브보다 빠르고,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완성된다면 윤성환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 체인지업은 오프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라고도 한다. 공의 속도를 줄여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빠른 직구와 어우러져 매우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