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손흥민(21·함부르크SV)이 늘 화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기록 중이니, 잘 하긴 정말 잘 한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손흥민과 비슷한 나이에 그 정도로 골을 넣고 있는 선수는 없다. 득점 라이벌은 동갑내기 독일 축구천재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정도다. '슈퍼 탤런트'란 별명이 아깝지 않다.
과거에 손흥민의 팀과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성남 일화 감독으로 있던 지난해 7월에 피스컵 결승전에서 함부르크를 만났다. 당시 성남 왼쪽 풀백 남궁웅은 손흥민을 막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우리가 0-1로 졌고, 감독 입장으로서 손흥민은 '상대팀에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선수였다.
손흥민은 안으로 치고 들어와 감아차는 슈팅이 인상적이었다. 세기만 가다듬으면 황보관 선배, 이기형에 이어 한국 역대급 캐논슈터로 꼽히기에 손색 없었다.
8개월이 지났다. 독일의 지인에게 현재 손흥민에 대한 현지 평가를 물었다. 그는 '함부르크처럼 앞으로는 가는데 절뚝거리면서 전진한다'는 평가를 전해왔다. 성적은 괜찮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의미였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에서 손흥민 평점을 찾아보니 매경기 편차가 컸다. 최근에는 득점포가 주춤하다.
손흥민에게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칭스태프에게 매 경기 꾸준히 제 몫을 해주는 선수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단 1분을 뛰든 90분을 뛰든 손흥민이 나오면 우리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줘야한다. 팀이 못하면 내 잘못도 있다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지면을 빌려서 손흥민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있다. "더 못돼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피스컵 결승이 끝난 뒤 흥민이가 성남 라커룸에 찾아와 자신의 유니폼 2벌에 사인해서 두 아들 선물이라며 줬다. 축구 선수인 아들 재원이와 재혁이는 요즘도 잘 때 흥민이 유니폼을 입고 잔다. 흥민이는 얼굴도 잘생겼지만 마음이 더 착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나쁜 남자가 되야한다. 유럽 3대리그에서 살아 남으려면 못된 축구를 해야한다. 나도 현역 시절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적과 관련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인생에서 선택은 중요하다. 유럽 빅클럽 이적설이 끊이질 않지만 나는 함부르크에 남길 권한다. 손흥민은 이제 스무 살을 넘겼고, 아직 독일 무대를 평정한 건 아니다. 가가와 신지(맨유)는 도르트문트 시절 전반기 MVP 수상 등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뒤 빅클럽으로 향했다.
독일 내 이적도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바이에른 뮌헨에 간다면 출전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함부르크도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력이 있고, 작은 클럽이 아니다. 길게 2년, 짧게는 1년을 봤으면 한다. 22~23세면 근육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져 완전한 성인이 된다.
소속팀에서 기복없는 플레이를 펼친다면 다소 부진했던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표팀에서는 흥민이가 변해야 한다는 점도 직시해야한다. 대표팀은 함부르크처럼 손흥민 위주의 전술을 짤 수 없다. 스스로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유기적인 플레이로 살아남아야 한다.
고대 출신의 박양하 선배라는 분이 있었다. 축구천재였는데 꽃을 피우지 못했다. 축구천재 흥민이는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겸손한 마음으로 영원히 쭉 갔으면 한다. 흥민이는 2022년 월드컵 때도 31세에 불과하다. 앞으로 월드컵 3-4번을 더 나갈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축구 대들보가 될 것이다.
신태용 일간스포츠 해설위원
※ 일간스포츠는 신태용 전 성남 감독의 칼럼 '신태용의 신의 한수'를 매달 2회 연재합니다. 신 감독이 본 K리그 클래식과 대표팀, 유럽축구 등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