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3)와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 성(姓)과 자란 환경, 국적, 종목 등 공통점을 쉽게 찾기 힘들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각자 분야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신(神)'이라 불리고 있다.
피겨의 '신'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1년 8개월 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오히려 더 성숙해져 돌아왔다. 총점 218.31점을 받은 김연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23)를 21점 차 이상으로 따돌렸다. '라이벌이라 스스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 아사다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분하다"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아사다는 3위에 그쳤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축구의 신이 날았다. 메시는 18일 스페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2-201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라요 바예카노와 28라운드 경기에서 18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이날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벌써 42호골을 터트린 메시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득점 관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는 멀찌감치 따돌렸다. 호날두는 올 시즌 27골을 기록 중이다.
20대 초·중반의 두 사람은 각자의 종목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기록이 쏟아졌고, 팬과 언론이 스포츠 스타를 신격화(神格化)시킨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신이라 불리게 됐을까.
기본의 힘
피겨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김연아와 메시의 경기 장면을 보면 우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아함은 탄탄한 기본에서 나온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6학년 때 3회전 점프 5종 세트를 장착했다. 피겨에는 총 6가지 점프가 있는데, 김연아는 악셀을 제외한 점프에서 3회전이 가능하다. 강도 높은 반복 훈련으로 '교과서 점프'를 완성시켰다. 지난해 10월 김연아를 맡은 신혜숙 코치가 "기본기가 워낙 탄탄히 잘되어 있어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체력만 끌어 올리면 된다"고 말했던 이유다. 긴 공백기를 딛고 정상에 오른 것은 이런 기본기 덕이었다.
메시 역시 단단한 기본기로 무장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라 마시아'라 불리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은 축구의 기본인 패스를 중심으로 훈련한다. 바르셀로나에서 훈련하고 있는 유망주 이승우(15)는 "매일 패스 훈련을 한다. 방법도 다양해 전혀 질리지않는다"면서 "기본기 훈련이 바르셀로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라마시아를 나오면 기본기는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메시는 호날두처럼 화려한 발기술을 잘 쓰지 않는다. 트레핑과 패스, 드리블, 슈팅 등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뛰어나다.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메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기가 좋다. 기본기에 경기를 읽는 눈까지 좋아 막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경쟁자
김연아와 메시에게는 세상이 만든 경쟁자가 있다. 2013년 격차는 더욱더 벌어졌지만, 라이벌 아사다와 호날두는 두 스타가 '신계의 경계'를 넘는데 자극제가 됐다. 어린 시절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무기로 김연아를 위협했다. 실제로 아사다는 주니어시절 김연아와 맞대결에서 2승 1패로 앞섰다. 성인무대에서도 2006~2008시즌까지는 2승 2패로 엎치락 뒤치락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2008-2009시즌 4대륙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를 누른 이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사다를 넘으면서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메시 역시 호날두와 라이벌이다. 2009년 이전까지는 메시도 측면 미드필더 였기 때문에 더욱 많이 비교됐다. 2009년 호날두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오며 직접 경쟁을 하게 됐다. 메시는 호날두가 오기 전까지 리그에서 30골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호날두가 온 첫 시즌에 메시는 34골을 넣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득점기회가 늘어난 것도 이유였다. 2010-2011시즌에는 호날두가 40골을 넣으며 메시(31골)를 따돌렸지만, 왕좌를 오래 내주진 않았다. 메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50골을 넣으며 46골을 넣은 호날두를 따돌렸다. 메시는 한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오기 전부터, 앞으로 수년간 그와 경쟁할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