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센터' 서장훈(39·207㎝·KT)의 현역 은퇴를 누구보다 남다른 감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손규완(39) KT 코치다. 1974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1998-1999, 1999-2000 시즌에 청주 SK(현 서울 SK)에서 두 시즌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당시 서장훈은 주전 센터, 손규완은 식스맨 슈터로 활약하며 1999-2000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뤄냈다. 그랬던 둘이 12년만에 코치와 선수로 만나 한 시즌을 보냈다.
친구 사이지만 서장훈은 손 코치를 코치에 맞게 대우했다. 서장훈은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친구라고 편하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사석에서는 친구여도 코트에서는 코치-선수 관계에 맞게 행동했다"고 했다. 이에 손 코치는 "후배들 앞에서 늘 '손 코치'라고 해주고 존댓말도 하면서 대우해줬다. 최고참인데다 쉽지 않았을텐데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다. 고마웠다"고 밝혔다.
2008-2009 시즌 직후 은퇴해 지도자 생활에 뛰어든 손 코치는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된 서장훈의 몸관리에 "존경스러울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손 코치는 "뛰기 힘든 나이인데도 이렇게 뛰는 걸 보면 대단하다. 욕심 같아선 지금 1년 더 뛸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많은 후배들에게 이 나이가 될 때까지도 뛸 수 있다는 롤모델을 만들어주고 간 게 친구로서 참 멋져 보였다"고 말했다. 은퇴 전날인 18일에도 서장훈은 똑같이 몸을 풀고 훈련을 소화했다. 손 코치는 "은퇴 전날이어도 특별한 건 없었다. 서장훈의 본래 모습 그대로 준비했다"고 했다.
SK의 첫 우승 당시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린 손 코치는 서장훈의 한결같은 모습을 칭찬했다. 손 코치는 "당시 서장훈은 우리 팀에서 정말 존재가 대단했던 선수였다. 특히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인 선수와 부딪히면서도 대등하게 경기를 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런 배짱이 오늘날의 서장훈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 동료들 앞에서 얘기하고 나서기 좋아한다. 평소 모습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친구 서장훈'에 대해 다양한 칭찬을 늘어놓던 손 코치는 "이제 장훈이가 정말 은퇴한다고 하니 믿겨지지 않는다. 농구 잊고 잠시 쉰다고 했는데…"라며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코트에 늘 있었던 서장훈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는 아쉬움이 떠올랐다. 손 코치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처럼만이라면 장훈이는 앞으로도 걱정없을 것"이라면서 "옛 동료, 친구로서 평소에 자주 연락하면서 소주 한 잔 편하게 기울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