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61) 신임 대한야구협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2013 고교야구 주말리그 휘문고-성남고의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스트라이크존에 떨어지는 공이었다. 지난 2월 경선을 통해 제21대 대한야구협회장에 당선된 그는 '스트라이크'로 4년 임기의 시작을 알렸다. 4선 국회의원(포항 북구)이자 국회 부의장인 이 회장은 "스포츠 정신과 의회주의 정치는 닮았다. 정치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워야 한다"며 "학교 폭력과 왕따, 자살 등 청소년 문제를 야구 등 학원스포츠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야구와 인연이 있는가.
"야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중 2 때 연식 정구 대표선수였다. 운동 감각이 있다. 지난해 야구 불모지인 포항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야구장이 들어섰다. 야구장을 지을 때 열정적으로 뒷받침을 했다. 그런 열정과 야구를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하다."
-국회부의장으로서 정치권에서 바쁠 텐데 야구협회장까지 맡았다.
"아마추어 뿌리가 튼실해야 프로야구와 한국 야구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한 시즌 1000만 관중을 내다보는 국민적 스포츠가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국회부의장 일에다 좀더 노력하면,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시간은 인간이 정복해 나가는 것이다."
-당선 후 야구인들을 많이 만났다고 들었다.
"야구인들 사이에 소통이 활발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야구인 선후배 사이, 지역 단위의 대화 등이 단절된 느낌이었다. 소통을 위해서 백구회와 일구회 등 원로들을 만났다. 분야별 여러 대표를 아우르는 이사회를 만들었다. 고교와 대학 대표자를 포함시켰다. 경선에서 경쟁했던 여성 후보(김은영 협회 부회장)도 삼고초려로 영입했다. 신선함과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협회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위해 주요 보직에 대해서는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취임 후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어떤가.
"머릿속에 고민으로 꽉 차 있다. 주어진 과제들이 쉬운 게 없다. 10~20년 지속돼온 문제들이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모든 문제는 같이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매듭을 잘 풀면 쉽게 풀려갈 수도 있다. 주말리그 등 현안은 정부 교육 정책과 맞물려 있다. 현장 지도자들과 함께 좋은 대안을 만들고,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자라나는 후세들이 좋은 환경에서 타고난 운동 능력과 끼를 발산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 스포츠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갈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다. 시행 중인 주말리그의 제도적 보완이다. 공부하는 선수를 키우자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훌륭하고 국가정책에도 부합된다. 다만 선수가 갖고 있는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보완책이 뒷받침되면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정책과 적정 범위 내에서 협의할 것이다. 두 번째는 아마추어 뿌리를 튼실하게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외부 지원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아마야구 자원을 잘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할 때가 됐다. 기획이사 겸 마케팅 직제를 만들어 박노준 이사를 영입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체육 정책에 대한 생각은.
"건강한 신체가 건전한 정신을 만들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지덕체'에서 체(신체의 건강함)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꼭 야구가 아니라도 스포츠를 해야 한다. 1인1스포츠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학교 폭력과 일진회, 왕따 등 청소년 문제를 땀 흘리는 체육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게끔 지원해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학교 폭력 예방 차원으로 초등학교에 체육교사를 두도록 하겠다고 하더라. 내 생각도 같다."
-협회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고교 야구 전성기였다. 그 영광의 시대를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생각한다. 포부이고 꿈이기도 하다. 지금 고교야구 열기가 시들었다. 절망이라기보다는 야구 생태계의 변화에 정확한 대처를 못했다고 본다. 고교야구 전성기의 함성이 다시 울려퍼지는 방안이 없을까. 요즘 자면서도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