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주말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 첫방송부터 적나라하고 과감한 표현으로 화제거리를 낳았다. 빠른 전개와 기운 넘치는 연출로 '사극의 틀을 깬 사극'이란 평속에 23일 방송 직후부터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첫회는 조선 임금 인조(이덕화)가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삼전도의 굴욕'을 보여주며 처참했던 역사 속에 함께 했던 인물 개개인의 아픔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안방극장용 드라마에서 가능한 표현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강렬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청의 군사들이 조선의 양민들을 무차별 살상하고, 여성들을 겁탈하는 치욕적인 역사의 장면이 펼쳐졌다. 강빈 역의 송선미는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며 절절한 모성애를 그렸다. 그는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모유수유를 했다. 세자빈이 직접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왕실의 법도를 어기며 애틋한 장면을 연출한 것.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임펙트있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궁중잔혹사' 관련 기사 댓글창과 게시판에는 '지나치다'라는 혹평보다 '고리타분한 사극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궁중잔혹사'의 장면묘사가 다소 강하게 느껴졌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기엔 적합한 연출이었다. 각본이나 연출·연기가 미숙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탄탄하게 내실을 다진후 볼거리까지 제공했으니 대중을 상대로하는 드라마로서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화제였다. 인조 역의 이덕화는 청에 항복하기 위해 눈길을 헤매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는가하면 청 태종 앞에서 수없이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피를 흘리는 등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쳐 몰입도를 높였다. 얌전 역의 김현주도 강렬한 첫 등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탈을 일삼는 오랑캐를 칼로 찔러 죽이고 쏟아지는 피를 온 몸에 묻히는 등 섬뜩함이 느껴지는 연기를 펼쳤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보엄마'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강빈 역의 송선미도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감성을 자극했다. 각 배우들의 이름까지 방송 이후 온라인 검색어 순위차트를 장악했다. 젊은층 드라마도 아닌 대하사극이 첫회만에 이 정도의 반응을 얻은건 보기 드문 예다.
'궁중잔혹사' 첫회는 3.1%(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0%를 훌쩍 넘었던 전작 '무자식 상팔자'의 첫 방송 시청률(1.4%)보다 앞섰다. '궁중잔혹사'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인조 14년이 배경이다. 야욕을 위해 소현세자(정성운)를 독살하고 세자빈 강씨(송선미)까지 음해한 팜므파탈 소용 조씨(김현주)를 주인공으로 왕의 여인들이 펼치는 처절한 암투를 그리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