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했던 스티븐 제라드(33)가 폭발적이었던 마이클 오언(34)을 넘어섰다. 잉글랜드 축구의 명가 리버풀의 역사도 새로 썼다.
리버풀의 주장 제라드는 31일(한국시간)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열린 애스턴빌라와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제라드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15분 루이스 수아레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그가 리버풀에서 넣은 통산 159번째 득점이었다. 이는 1892년 창단한 리버풀 역사상 7번째로 많은 골이다. 제라드는 8위 오언(158골)을 따돌렸다.
제라드와 오언은 비슷한 시기에 리버풀에 데뷔했다. 1996-1997시즌 오언은 혜성과 같이 등장했고,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다. 제라드도 1998년 18세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다. 초반에는 오언의 인기가 더 높았다. 국가대표팀에도 먼저 발탁됐고, 골을 넣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반면 제라드는 스스로 "당시에는 팀 내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주전경쟁을 했다.
처음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시작한 제라드는 서서히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며 리버풀의 심장이 됐다. 그러는 사이 오언은 2004년 리버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갔다. 이후 오언은 서서히 추락했다. 리버풀에 남은 제라드는 주장완장까지 달며 승승장구 했고 꾸준한 활약을 했다. 제라드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 유럽의 명문 구단에서 이적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농담하지마라"며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리버풀에 남았다.
이런 모습이 리버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록 그는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컵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또 언제나 헌신적인 모습으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 시즌에도 33살인 제라드는 리버풀이 치른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31경기에 나와 2790분 동안 뛴 것이다. 브랜드 로저스 리버풀 감독은 "제라드는 오늘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뛰었다. 뒷꿈치에 고통을 호소하며 축구화 신는 것도 어려워했다"며 "제라드는 경기에 뛰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다른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지 않거나 훈련에도 쉰다"고 감동했다.
제라드는 리버풀을 위해 출전을 감행했고, 팀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날 승리로 리버풀은 구단 역사상 1800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는 팀이 됐다. 올시즌 13승 9무 9패(승점 48점)를 기록 중인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첼시에 승점 7점 차로 쫓았다. 7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쉽지 않지만 제라드의 리버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리버풀 팬 블로그 더 콥 캡처
◇ 리버풀 통산 득점 순위
순위 이름(활동연도) 포지션 득점(경기수) -------------------------------------------- *1. 이안 러시(1980~1996) 공격수 346골(660경기)
2. 로저 헌트(1958~1969) 공격수 286골(492경기)
3. 고던 호지슨(1925~1936) 공격수 241골(377경기)
4. 빌리 리델(1938~1961) 228골(534경기)
*5. 로비 파울러(1993~2007) 183골(369경기)
6. 케니 달그리시(1977~1990) 172골(515경기)
7. 스티븐 제라드(1998~현재) 159골(621경기)
8. 마이클 오언(1996~2004) 158골(297경기) -------------------------------------------- *이안 러시와 로비 파울러는 중간에 다른 팀에서 뛰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