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함지훈(29·198㎝)은 지난 2월22일 전술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정밀검진 결과 종아리 근육 파열로 전치 4주가 나왔다. 재활이 여의치 않으면 플레이오프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모비스로선 악재였다. 그러나 함지훈은 부상당한 지 3주 만인 지난달 14일 KT전에 복귀했다. 이후 3경기를 소화하며 포스트시즌에 대비했다.
그런데 모비스는 함지훈이 빠진 3주 동안 더 잘했다. 함지훈이 부상으로 빠진 7경기를 모두 이기며 승승장구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막판 13연승을 달렸다. 함지훈과 동선이 겹치던 문태영은 자유롭게 뛰며 완전히 살아났다. 문태영이 파워포워드로 이동하고, 스몰포워드 자리에는 정통 슈터인 박종천·박구영·천대현이 꾸준히 기용됐다. 모비스는 스피드를 살린 속공과 외곽슛이 눈에 띄게 살아났다.
함지훈은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돼 어려움을 겪었다. 골 밑에 키 큰 선수들이 몰려있으니 함지훈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많지 않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미들 라인에서도 과감히 슛을 던져 수비수를 밖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번 몸에 밴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법이다. 함지훈은 슛을 던지는 걸 주저했고, 일단 돌파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으면 주변 동료를 찾기 시작했다. 공격 템포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함지훈이 부상당한 후 모비스의 전력이 더 안정되자 함지훈을 고집하던 유재학 감독의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에 함지훈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선수 기용폭을 늘리면서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함지훈과 문태영의 동선이 겹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둘 다 40분을 모두 뛸 수 있는 체력은 아니다. 같이 뛰더라도 서로 뒤엉키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같이 뛸 때는 움직임을 서로 다르게 조정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쉬는 동안 코트 밖에서 보고 느낀 것이 많다. 내가 빠지니까 팀 속공 전개가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연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