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발야구 군단이다. 지난해 179도루를 성공시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 성공률도 71.3%로 높았다. 2011시즌 도루 최하위(99개)였던 넥센이 뛰는 야구를 하게 된 건 염경엽 당시 주루코치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넥센의 발야구는 한층 더 정교해졌다. 염 코치가 감독에 오르면서 발야구의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오차가 더욱 줄었다. 염 감독은 지난주 개막 2연전에서 끊임없이 스톱워치를 쟀다. KIA 투수의 퀵 모션을 체크한 뒤 도루 사인을 내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3루 주루코치였을 땐 경기 중 스톱워치를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자리가 바뀌어 마음대로 초를 잴 수 있게 됐다. 감독의 스톱워치 사용은 더그아웃 전자기기 반입 금지조항의 유일한 예외다. 염 감독은 이미 머리에 들어있는 8개 구단 투수의 데이터에 당일 분석 자료를 더해 더욱 빈틈없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염 감독의 정밀한 분석으로 넥센은 30일과 31일 KIA전에서 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서건창이 2도루, 장기영과 박병호, 이성열, 유재신이 각각 1도루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롯데(7개) 다음으로 도루가 많았다. 넥센이 두 경기에서 15점을 내며 KIA에 1승1패를 거둔 것은 내야를 맘껏 휘저은 발야구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성공률도 눈여겨봐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도루에 대해 "많이 뛸수록 좋다. 물론 확률은 높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은 성공률 70%다. "그 정도는 돼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스톱워치를 든 2경기에서 넥센 선수들은 7번 뛰어 6번 살아 86%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2경기이지만 지난 시즌보다 약 15% 향상됐다. 도루 실패 1개는 발이 느린 허도환이 뛰다 잡힌 것이었다.
염경염 감독은 "투수의 퀵 모션뿐 아니라 슬라이드 스텝과 견제 타이밍, 포수의 송구도 체크한다. 내가 알아야 사인을 줄 것 아닌가"라고 꼼꼼함을 드러냈다. 그는 시범경기 때부터 스톱워치를 손에 들고 다녔다. "(상대에 대한) 기본 데이터는 갖고 있는데 바뀔 수가 있다. 확인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넥센의 투수와 포수도 함께 분석한다고 했다. 여기에선 수비에 참고할만한 자료가 나온다. 염 감독의 스톱워치는 넥센의 야구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31일 데뷔 첫 승을 거두고 축하 메시지 약 150통을 받았다. 그 안엔 "팀이 정말 좋아졌다"는 칭찬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선수와 감독이 함께 상대와 싸운다. 넥센과 맞붙는 팀은 신경 쓸 게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