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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전쟁, 글로벌 대기업 vs 중소기획사 대결 구도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의 공습에 한국 공연계가 요동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은 지난해 한국 지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를 설립하고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 빅뱅의 월드투어를 진행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레이디 가가·스팅·제이슨 므라즈 등 해외 아티스트를 한국에 불러들여 세 몰이에 성공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한국 가수들의 해외 투어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뻗히며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공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공룡 기획사의 공세에 국내 공연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CJ E&M·현대카드 등 대기업의 자본이 유입된 상황에서 해외 굴지 기획사의 투자까지 이뤄져 '업친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다.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글로벌 공연기업 한국서 급성장
지난 2년간 라이브네이션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50여개 국가에 지사를 거느리고 있는 라이브네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벌 네트워크. 마돈나·U2 등 해외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맡고 있어 한국 공연 캐스팅에도 그 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열어 성공했다. 이후에도 스팅·제이슨 므라즈·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등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가수들의 해외 공연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전 세계의 해외 지사를 동원해 K-POP 공연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비스트·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영국에서 열린 패밀리 콘서트를 라이브네이션과 손잡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빅뱅과 2NE1의 투어에 이어, 2013년는 전세계에서 55만명을 모을 예정인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파트너로 라이브네이션을 선택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YG뿐 아니라 유명 기획사들이 접촉 중이다. 유럽이나 북미 시장쪽은 아직 연결이 쉽지 않아, 라이브네이션의 제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와 손잡고 8월에 록페스티벌을 기획한다는 소문도 났다. 관계자는 "이미 록페스티벌이 5~6개에 이르는 등 포화상태다. 만약 라이브네이션 같은 공룡 기획사까지 록페스티발을 론칭하면 그중 몇 개는 정리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라이브네이션 측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내 영세기획사는 설 자리 잃어
일부에선 대형 기획사가 들어와 해외 팝스타 공연의 개런티만 치솟게 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한 중소 공연 기획사 대표는 "해외 아티스트라고 해서 무조건 개런티를 많이 받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대기업에서 개런티를 높여놔 이젠 웬만한 기획사에서는 섭외 조차 어려울 지경이다"라고 전했다.
한국 공연 기획사가 '하청에서 재하청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기획사 대표는 "지금까지는 매니지먼트사와 공연 기획사가 직접 연락해 계약하는 공연 대행 계약의 형태였다면, 이제는 라이브네이션 등 공연 기획사가 대행을 따오면 한국 기획사가 그 권리를 다시 대행하는 2차 하청개념이 생겼다"고 한탄했다. 라이브네이션 등 대형 기획사가 공연을 국내 공연을 직접 제작·기획할 여력이 없음에도 '무조건 잡고 보자' 식으로 공연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 기획사가 대형 공연 기획사로 성장할 수 없는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중소 공연 기획사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회사가 들어와 있다 보니, 작은 회사는 더 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느낌이다. CJ E&M, 현대카드 등 대기업에 이어 외국 기업까지 들어와 밥그릇 싸움이 심해졌다. 한국 기획사들끼리 똘똘 뭉쳐서 위기를 돌파해 보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