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 2등을 배려한 남지연-신영석
스포츠에서 2등은 잘 기억되지 않는다. 1등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고 2등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남지연(30·IBK기업은행)과 신영석(27·러시앤캐시)은 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2-13 V리그 시상식에서 2등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훈훈했다.
리베로 남지연은 여자 수비부분에서 1위를 차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센터 신영석은 남자 블로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둘 모두 쉽지 않은 1위였다.
남지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리베로. 올 시즌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투혼을 불살라 신생구단 IBK기업은행의 통합우승에 소금같은 존재였다.
남지연은 수비에서 세트당 7.3513개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위인 임명옥(27·KGC인삼공사)이 세트당 7.3486개를 기록해 간발의 차이였다. 2005-06, 2006-07, 2009-10시즌에 이어 네 번째 수비상을 수상한 남지연은 소감에서 "임명옥에게 고맙다"며 끝까지 경쟁한 2인자를 배려하는 멘트를 했다. 이어 그는 "잘하라고 항상 질책해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지금 TV로 시상식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한일 톱매치 끝나고 결혼하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애교섞인 사랑고백으로 박수를 받았다.
신영석은 2년 연속 블로킹왕에 올랐지만 막판까지 팀 동료인 박상하(27)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신영석은 91개를 성공, 세트당 0.83개(30경기 109세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몰라보게 블로킹 능력이 좋아진 박상하는 80개를 성공, 세트당 0.81개(30경기 99세트)로 추격했다. 만약 박상하가 블로킹 3개만 더 성공했다면 블로킹상 트로피 주인공은 바뀌었다.
신영석은 수상 소감으로 "박상하가 축하해줬다. 상금은 상하를 위해 쓰기로 하고, 모든 금액은 기부로 돼 있다"고 웃음지었다. 이어 "다음 시즌에 2인자가 좀 덜 쫓아와서 마음 안 졸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선의의 경쟁의식을 밝혔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