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가 고객들을 단순한 ‘소비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로 격상시키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메뉴 개발 및 서비스 운영에 ‘프로슈머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는 것.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고객 레시피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메뉴 출시 전 고객 품평회를 열어 신메뉴를 결정하기도 하고, 고객 평가단을 운영해 기존 메뉴의 개선안을 모색하고 있다.
▶레시피 공모전 통해 신제품 개발 매일유업 맘마밀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주 특별한 이유식’을 주제로 한 개발 레시피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16일까지 매일유업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하면 된다. 매일유업은 내부 심사를 통해 맛, 독창성, 영양학적 균형 등 심사 기준에 부합한 20작을 선정, 온라인 고객 참여 평가와 오프라인 컨테스트를 통해 시연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최종 선정된 1등에는 150만원 상당의 VIP 제주여행 패키지를 증정한다”며 “해당 제품이 아기의 이름을 건 ‘00맘의 이유식’ 등의 제품명으로 한정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죽, 본도시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역시 정기적으로 고객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기업이다. 공모전 참가자는 신메뉴 개발 전략 뿐 아니라 마케팅 전략에 관한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으며, 입상작은 본 아이에프의 실제 매뉴개발과 마케팅 전략 실행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공모전 당선작인 ‘불낙죽(대상)’과 ‘카레해물죽(입선)’은 출시된지 1년 만에 각각 22억원,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고객 아이디어로 탄생한 ‘쇠고기 미역죽’도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객 테스트 합격한 메뉴만 출시 주점프랜차이즈업체 와라와라는 분기별 신메뉴 선정 과정에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메뉴 출시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개최해 시식평이 좋은 메뉴만 새로운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는 것. 지난 2월에도 20여명의 20대 남녀 고객을 본사로 초청, 봄맞이 신메뉴 출시를 위한 품평회를 진행했으며 그자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파피자’, ‘방울치즈샐러드’, ‘딸기레몬주’ 등의 메뉴를 엄선해 봄철 신메뉴로 내놨다.
고객 테스트를 미리 거친 메뉴는 실제 매장에서의 매출 성적도 좋은 편. 지난해 품평회를 통과한 ‘숟가락피자’는 현재 전체 매출 중 2위(약6%)를 차지하고 있으며 ‘갈릭치킨과 포테이토’ 역시 3위(4.5%)를 책임지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 운영해 개선안 모색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메뉴와 매장 서비스를 평가하는 고객 평가단 ‘맛의 달인’을 운영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된 총 30명의 평가단은 1년 동안 블랙스미스가 선보이는 신메뉴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전 매장에 일반 고객인 척 방문해 메뉴와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 역할도 한다. 블랙스미스는 고객 평가단을 통해 모든 매장이 동일한 맛과 서비스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 전반에 대해 객관적인 고객 의견을 수렴, 개선안을 모색하는 등 매장 운영과 브랜드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외식업계가 이처럼 '프로슈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고객을 직접 끌어들일 시 어느 정도의 매출이 보장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고 수용해 신메뉴를 출시하면 당연히 매출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활동들은 고객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신제품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과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
TIP) '프로슈머(Prosumer)'란? 기업의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해 '생산적 소비자'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프로슈머 마케팅은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개발을 요구하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고객만족을 최대화시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