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4번 타자' 한동민(24)은 요즘 야동(야구 동영상)을 보느라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동민은 "노경은(두산) 선배부터 김선우(두산) 선배까지 인터넷을 통해 계속해서 투구영상을 봤다. 몇 백번은 본 것 같다"면서 "직접 타석에 들어서서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의 감은 온다"고 했다. 그 감은 적중했다. 한동민은 3일 잠실 두산전서 0-0으로 맞선 6회초 김선우를 상대로 결승타를 날려 팀 4-1 승리를 이끌며 SK를 3연패의 늪에서 건져냈다. 프로 데뷔 첫 결승 타점이었다. 이날 그는 5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한동민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부터 팀의 4번 타자 자리에 배치됐다. 프로 2년 차에게 다소 무거울 수 자리였다. 그도 "코치님께 처음 내가 4번에서 친다는 말 듣고서는 잠도 잘 안 왔다. 긴장이 됐다"고 했다. 이만수(55) SK 감독의 선택을 두고 주변에서는 '무리수'라고 했다. 팀 공격의 중심이 되는 자리를 맡기기에 한동민의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한동민은 지난해 1군에서 고작 7경기에 출장해 0.286(7타수 2안타)의 타율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한동민을 향한 이 감독의 믿음은 강했다. 그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한동민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전 경기(10경기) 출장해 1홈런 6타점 0.344(32타수 11안타)의 타율을 보유했다. 캠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만큼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었다. 시범경기(11경기)에서도 그는 맹활약했다. 한동민은 2홈런 9타점 0.275의 타율을 기록하며 SK 타선의 희망이 됐다. 이 감독은 "믿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고 했다.
시즌에 들어서도 한동민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 특히 자신에게 4번이라는 중책을 맡긴 이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야구에 투자하고 있다. 한동민은 "1군에서 공을 쳐보니 2군 때와 또 다르고, 시범경기 때와 또 다르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상대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집이나 숙소에 돌아가서 포털사이트에 그날 경기 풀 영상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기를 다 본 후에 잔다. 보면서 '내가 이런 것은 조심해야겠구나, 이런 점은 잘 했구나'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고 했다. 본래 외야수지만, 팀의 필요에 의해 캠프 때부터 1루 수비를 겸업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개막전 이후로 부쩍 밤 늦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다. 이 감독이다. 한동민은 "감독님께서 ‘부담 갖지 말고 네가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라’고 당부하신다"고 말했다. 원정 룸메이트 박재상도 그에겐 좋은 선생님이다. 그는 "재상이 형이 경험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해준다. 항상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 주신다"고 했다.
이젠 그에게 오기가 생겼다. 한동민 "언제까지 4번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4번에 있는 동안만큼은 감독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더 공부하고 타석에 나설 때마다 후회 없이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