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에서는 주인공인 김태희(장옥정)의 어린 시절부터 침방나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특히 장옥정이 조선시대 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였다는 설정이 돋보였다. 지금까지 김혜수(02), 정선경(95) 등이 그려낸 장희빈 캐릭터는 '사씨남정기'가 만들어낸 표독스러운 악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네 이년, 내 오늘 네년의 어육을 뜨고 말리라!"(김혜수)라거나 독기 어린 눈빛으로 사약 사발을 발로 걷어차는 등(정선경), 계략과 모함으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옥정'은 김태희를 능력과 여성미를 겸비한 새로운 장희빈으로 그려냈다. 이날 방송 초반부에서 그려진 패션쇼 장면에서 김태희는 양반집 부인들을 상대로 패션쇼를 열어 자신이 만들어낸 옷을 '완판'시키는 등 수완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의 천한 신분을 꾸짖으며 패션쇼장을 엉망으로 만든 대감집 마님에게도 당당히 맞서며 새로운 여인상을 그려냈다. '장옥정'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한 김태희는 사극톤의 대사를 큰 어색함 없이 소화해냈다.
'장옥정'이 왕궁에 입성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유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김태희가 패션쇼 도중 천한 신분 때문에 물벼락을 맞아야 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희는 이를 복수로 갚으려기보다는 노비인 어머니와 조선을 떠나려하는 등 일반적인 '장희빈'의 이미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궁녀였던 자신의 딸이 왕족과의 금지된 사랑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본 성동일(장현)이 자신의 조카인 김태희를 통해 조선을 삼킬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다음 전개를 자연스레 암시했다.
이 밖에도 유아인(숙종)은 기대 이상의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신을 위협하는 자객들에게 화려한 검술 실력을 보이는 등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의 젊은 시절을 그려냈다. 홍수현(인현왕후)도 가문의 명예와 긍지를 지키기 위해 장옥정과 대립하는 당당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한승연(숙빈최씨) 역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해 내는 당돌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장옥정'은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나인 김태희(장옥정)가 신분제를 극복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과 사랑을 개척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태희는 극중 왕과 사랑에 빠져 기구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 장옥정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