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첫선을 보인 기아차의 카렌스는 국내에 미니밴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여온 차다. 그러나 디자인 측면에서는세련된 RV라기 보다는, 자영업자들이 모는 '짐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기아차가 이번에 선보인 '올 뉴 카렌스'는 이같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벤츠의 미니밴 B200과 기아차의 프라이드 해치백 모델을 섞어놓은 듯한 올 뉴 카렌스의 외관 디자인은 ‘미니밴’이라기보단 ‘세단’을 연상시켰다.
차체가 낮아 몸집에 비해 날렵함이 돋보였고, 여기에 기아차 K시리즈의 상징인 '호랑이코'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돼 세단의 느낌이 더욱 살아났다. 측면부는 앞유리 하단을 앞쪽으로 끌어당긴 캡포워드 스타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뒷면을 꽉 채운 리어 글래스 덕분에 시원시원한 인상을 줬다.
내부 공간도 넉넉했다.
2열 레그룸(940mm)과 2열 숄더룸(1,440mm)은 기대 이상으로 넉넉해 4인 가족이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뒷좌석 중간에 턱이 없어 성인 3명이 타도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특히 2열 시트의 편리함과 다양한 방식의 공간 활용성은 매력적이었다. 2열 시트를 뒤로 16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과 앞뒤로 18cm를 움직일 수 있는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춰 편리하다. 2·3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스키나 대형 텐트 등 각종 레저 및 캠핑 용품을 충분히 적재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 작은 핸드백이나 신발 서너 켤레를 넣을 수 있는 크기의 플로어 언더 트레이, 뒷좌석 커튼 등의 편의시설은 아이를 태우고 뒷자리에 타는 여성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기아차의 중형 세단 K5를 연상시키는 계기판도 각종 버튼이 직관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처음 타보는 차지만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했다. 통합정보표시창을 갖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같은 높이에 배치하고, 각종 스위치를 내비게이션 아래쪽에 위치시켜 운전자의 조작성 및 시인성을 향상시켰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승용차 못지 않은 정숙성
본격적인 시승에 나서기 위해 시동버튼을 눌렀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올 뉴 카렌스 1.7 VGT 디젤모델로 시승구간은 경주 현대호텔에서 호미곶 새천년 기념관을 왕복하는 123.6 ㎞ 구간. 시내주행와 고속주행, 완만한 커브길의 해안도로로 구성된 코스다.
시동을 켜보니 정숙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시속 40㎞ 이하의 저속구간에서는 승차감이 승용차 못지 않게 부드러웠다. 주행 중 느껴지는 진동이나 외부 소음도 크지 않았다. 마치 수입 디젤 승용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방 시야도 좋고 차체가 크지 않아 운전하기도 쉬웠다.
기아차는 올 뉴 카렌스의 정숙성을 위해 디젤 전용 밀착형 엔진 커버를 적용하고 엔진룸, 플로어, 필라 등 차량 곳곳에 흡차음재를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고속구간에 접어들어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체가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반응은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수준으로 가족용 RV차량인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속 120㎞까지 무리 없이 쭉쭉 뻗어나갔다. 하지만 120㎞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 시속 140km를 넘기가 힘들었다. 핸들링도 가벼웠다. 디젤 차량 특유의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고속주행 중 뒷좌석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오르막길에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디젤엔진 특유의 등판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디젤엔진 특유의 등판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올 뉴 카렌스는 가족용 미니밴으로서 세련된 디자인과 만족스러운 성능, 차별화된 편의사양을 갖춘 흠잡을 데가 별로 없는 차였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이 차를 살 것이냐 하는 점이다. 타킷 고객층인 30대 가장들이 세단과 SUV 대신에 올 뉴 카렌스를 선택하도록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가가 기아차의 마지막 남은 숙제다.
올 뉴 카렌스의 판매가격은 2.0 LPI 모델이 1965만~2595만원, 1.7 디젤 모델은 2085만~271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