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44) 수원 삼성 감독이 FC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것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칭찬했다.
서 감독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반에 먼저 실점을 허용한 데다 공격수 정대세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여 더욱 고전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원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무승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은 전반 19분에 서울의 주포 데얀에세 선제골을 허용해 리드를 내준 데다 전반 39분 정대세가 경고 두 장을 받고 퇴장당해 수세에 몰렸지만, 오히려 후반 들어 공세의 수위를 높인 끝에 후반 42분에 라돈치치의 헤딩골을 앞세워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수원은 최근 슈퍼매치 무패 행진을 9경기(7승2무)로 늘리며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서 감독은 "선수로 뛸 때보다 감독으로 겪은 슈퍼매치가 더욱 힘들었다. 선수들에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지시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언급한 뒤 "동계훈련기간 동안 연습한 '수원다운 축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반 39분에 퇴장을 당해 그라운드를 떠난 공격수 정대세에 대해서는 "선수 스스로 깨달은 게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를 마친 소감은.
"서울과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슈퍼매치기 때문에 힘든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전반에 먼저 실점을 하고 정대세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여 더욱 고전했다. 전반 끝난 뒤에 선수들의 정신적 안정을 시키는데 주력했다. '한 명이 없어도 우리의 축구를 한다면 분명히 찬스가 올 것이다. 조직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해줬다.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한 것에서 수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교체 카드가 적중한 셈이 됐는데, 라돈치치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라돈치치가 스테보보다 몸이 좋았는데, 가시와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컨디션이 살짝 떨어졌다. 라돈치치에게 '교체로 기용하지만,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라.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후반에 지고 있었지만, 이른 시간에 라돈치치를 투입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가중돼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10분 정도 기회를 줬다. 대신 막판에는 수비수를 세 명만 두고 과감하게 공격에 무게를 실었는데, 그게 주효한 것 같다."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 슈퍼매치를 치러 본 심정은.
"선수로 뛸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그때 그때 캐치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가급적 즐기고 싶다."
-오늘 후반전을 통해서 '서정원식 승리 공식'을 찾을 수 있었을지.
"전반에는 주도권을 많이 빼았겼다. 후반에는 한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이 동계훈련 내내 준비했던 대로 이뤄졌다. 한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식의 축구를 끝까지 유지한 것이 앞으로 수원 축구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차두리에 대한 평가는.
"차두리는 많은 훈련을 소화하진 않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차두리가 잘 준비를 해서 나왔다. 스테보가 차두리와 경합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전반에 다소 힘들어했던 건 사실인 것 같다."
-정대세의 퇴장에 대한 평가는.
"선수 자신의 마음은 더 아플 것이다. 이렇게 큰 경기에 본의 아니게 퇴장을 당하게 돼 심적으로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해서 선수 스스로가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수원=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