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3안타를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한 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이 본업인 '피칭'보다 '타격'으로 단번에 화제가 됐다.
류현진은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2승, 한·미 통산 100승째를 달성했다. 피칭도 훌륭했지만, 이날 상대 에이스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2루타 등 3안타를 때린 타격이 더 주목받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타석에서 연일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연습을 시작할 때는 큰 덩치에 맞는 헬멧이 없어 아마추어용 양귀헬멧을 쓰고 나섰다. 데뷔전에서는 내야 땅볼 후 무성의한 주루로 홈팬들과 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2번째 경기에서는 의욕 넘친 스윙을 하다 배트를 3루 베이스 근처까지 날려보내는 진풍경도 있었다. 그리곤 3번째 경기에서 2011년 다승왕 케네디의 150㎞ 강속구를 연거푸 때려 미국 언론으로부터 '베이브 류스'라 불리며 주목받았다.
류현진이 과거 코리안 빅리그 투수들의 타격과 비교하면 어떤 성적을 보일까. 박찬호(은퇴)를 필두로 김병현(넥센) 김선우(두산) 서재응(KIA) 봉중근(LG) 백차승(무적)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이들 중 '타자'로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는 박찬호다.
박찬호는 마운드에서 '코리안특급'의 위용을 떨치면서 타석에서도 가끔 인상적인 방망이 솜씨를 보였다. 박찬호는 통산 3개의 홈런도 기록했다. 2000년 LA 다저스에서 2개, 2009년 필라델피아에서 뛸 때 1개를 터뜨렸다. 1경기 3안타도 2006년 두 차례나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0.179로 투수치고 나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타율은 0.150 정도다.
동산고 시절 4번타자도 쳤던 류현진은 '타자' 박찬호보다 출발은 좋다. 박찬호는 1994년 데뷔해 2년간 마이너 생활을 거쳐 1996년 5월 4일 피츠버그전에서 첫 안타(단타, 1타점)를 기록했다. 빅리그 14경기째였다. 처음엔 구원으로 나서 타수만을 따지면 8타수만이었다. 류현진은 3경기째 5타수만에 안타(2루타)를 때려 박찬호보다 빠르다.
팬들의 관심은 류현진의 홈런포가 언제 터질지에 모아진다. 한국 투수 중 박찬호와 백차승만이 홈런맛을 봤다. 백차승은 2008년 7월 21일 제이미 가르시아(세인트루이스) 상대로 투런포를 쳤다. 박찬호는 빅리그 256타수만에 나온 홈런이었고, 백차승은 12타수째 아치를 그렸다.
한편 김병현과 서재응은 1할대 초반 타율로 타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김선우는 0.183(60타수 11안타)로 한국 투수들 중 타율이 가장 높았다. 아마추어 시절 타자로서도 소질을 인정받았던 봉중근은 메이저에선 11타수 무안타였지만 타자로도 자주 출전했던 마이너에선 0.229로 타격 재능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