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평균 연봉 3억’ 수원의 숨은 힘, 번외지명 김대경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신인 윙어 김대경(22)은 요즘 구단 안팎에서 '복덩이'로 불린다. 지난해 말 신인 드래프트에서 번외지명으로 발탁된 무명이지만, 동계훈련 기간 중 빠르고 정교한 돌파와 신인답지 않은 대담성을 인정받아 당당히 준주전급 멤버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14일 열린 FC 서울과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1-1무)에서도 팀 동료 정대세 퇴장 직후인 전반 44분에 교체 투입돼 후반 내내 서울 수비수 차두리를 상대로 과감한 돌파를 잇달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합쳐 6경기에 출장했고 1도움을 기록했다.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국가대표급 선수 구성으로 평가받는 수원에서도 김대경이 뛰는 날개 포지션은 경쟁이 한층 치열하다. 외국인 선수 스테보와 핑팡을 비롯해 서정진, 최재수, 박종진 등이 호시탐탐 선발 출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대경은 경쟁자들 중 경력과 몸값, 인지도 등에서 가장 뒤쳐지는 선수지만 "네임밸류나 몸값을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서정원 수원 감독의 선수 기용 철학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김대경은 '저비용 고효율'의 전형적인 사례로도 조명받는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K리그 구단별 연봉 통계 자료에서 수원은 1등을 했다.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9294만8000원으로 무려 3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에서 김대경은 '연봉 서열 파괴'의 주인공이다. 번외지명 출신인 그의 올 시즌 연봉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억대 연봉자가 즐비한 선배들 틈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김대경은 16일 전화통화에서 "신문에 난 연봉 통계 자료를 보고난 후에야 우리 팀이 돈을 많이 주는 팀이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며 웃은 뒤 "선배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건 그만큼 실력과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하루 빨리 '수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5경기 출장'을 목표로 정했지만, 감사하게도 벌써 넘어섰다"면서 "25경기 출장과 공격포인트 10개를 새 목표로 정했다. 과분한 꿈이지만 죽기살기로 도전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정원 감독은 "(김)대경이는 나를 흐뭇하게 만드는 선수다. 수원의 진정한 힘이 연봉과 수당이 아닌 노력과 의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면서 "수원에는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피들이 많이 있다. 머지 않아 제2·제3의 김대경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