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의 마무리 페르난도 로드니는 매 경기 역동적인 세레모니로 눈길을 모았다. 경기 종료 후, 로드니는 전광판 위 하늘을 향해 두 팔로 활을 쏘는 듯한 '화살 세레모니'로 승리의 기쁨을 마운드에서 마음껏 표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마운드로 달려와 단체로 로드니의 특유의 동작을 따라하는 것은 장관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중 오승환(삼성) 앤서니(KIA) 손승락(넥센)은 자신들만의 특유의 세레모니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오승환- 진갑용과 하늘 찌르기
오승환과 진갑용의 세레모니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둘이 배터리를 이뤄 승리했을 때만 한다. 오승환이 다른 포수와 짝을 이뤄 경기를 끝냈을 때는 볼 수 없는 세레모니다. 진갑용이 마운드로 걸어가 서로 오른손을 마주치면서 잡는다. 손을 위로 끌어올리며 놓으면서, 각자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동작이다. 진갑용의 제안으로 시작, "뭔가 색다른 것을 해보자면서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년간 삼성 팬들은 이들의 세레모니를 원없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승환이 등판기회가 적어 지금까지 겨우 두 번에 그쳤다.
▶앤서니- 포수와 민망 세레모니
올해 KIA의 마무리를 맡은 앤서니 르루는 다소 민망한 세레모니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앤서니는 포수와 함께 남자의 급소를 보호하는 급소보호대를 부딪히는 행동을 한다. 앤서니가 먼저 하자고 주장, 상대해주는 포수들은 다소 난감하면서도 응하고 있다. 게다가 오승환-진갑용처럼 단짝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KIA 포수들은 경기 막판 앤서니와 배터리를 이루면 해야 한다.
KIA 포수들은 "앤서니가 해보자고 제안했다. 급소보호대(컵)를 같이 부딪히며 하이파이브를 대신하자고 했다"며 거부하지 못하는 사연을 설명했다. 앤서니는 22일까지 6세이브를 거뒀다. 시범경기부터 이같은 세레모니는 시작됐고, 개막전 이성우를 시작으로 차일목, 김상훈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엔 앤서니가 선발로 뛰었기에 이런 세레모니는 없었다.
▶손승락- 그때 그때 달라요
손승락은 세이브 1위(9개)를 달리고 있다. 자주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키면서 세레모니도 화려해졌다. 게다가 특정 동작 하나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잡는다. 사진기자들이 포커스를 맞추기 난감하다.
주로 전광판을 향해 뒤돌아서서 액션을 하는데, "아내를 향한 고마움과 사랑 표현"라고 한다. 시즌 초반 보여준 것 중 가장 독특한 것은 뒤돌아서서 주먹으로 땅을 찍는 동작이었다. 전광판을 바라보며 두 팔을 든 채 엉거주춤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