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37·두산)의 주변은 항상 밝다. 그가 지닌 긍정의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올해 두산의 더그아웃은 어느해보다 밝고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 FA(프리 에이전트)로 4년 만에 친정팀 두산에 복귀한 홍성흔은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롯데를 떠나면서 부산 팬들에게 '배신자'라는 얘기를 들었고, 친정팀 두산 팬들은 돌아온 그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주장 완장의 책임감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지난 5일에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칠게 항의해 프로 데뷔 후 첫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홍성흔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홍성흔은 "남들은 나에게 '이슈 메이커'라고 말한다.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저 고맙다. 그것도 애정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두산에 내가 가진 긍정의 기운을 곳곳에 뿌리고 있다"고 했다.
▶"롯데였기에 행복했고, 두산이기에 행복하다"
-FA 이적 후 퇴장까지 올 시즌 제대로 ‘이슈 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면 남들은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 나이기 때문에 커지는 것 같다. 팬들이 ‘홍성흔이 두산에 와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관심인 거다. 이슈 메이커라는 말이 싫지 않다. 오히려 관심이려니 하고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 롯데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롯데 팬들도 프런트도 정말 고맙다. 롯데에 있는 동안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구단은 홍성흔이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나는 다른 것 필요없다. 팬들의 열과 성의를 다한 함성소리를 먹고사는 사람이다.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 또는 홈런을 쳤을 때 나를 향해 들려주는 그 함성 소리의 짜릿함 때문에 야구를 한다. 롯데에 있는 동안 그 짜릿함에 행복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우~’라는 야유가 나왔지만, 그 순간 두산 팬들이 그걸 덮어주려고 더 크게 소리를 질러줬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날 경기 끝무렵에는 롯데 시절 응원가가 나오기도 했다.
“겉으로 울지 못했지만, 속으로 울었다. 진짜 울컥하더라. 경기 전 나는 ‘우~’ 소리조차도 겸허하게 받아드리려 했고, 예상도 했었다. ‘정말로 홍성흔이라는 선수에게 애착이 있다면 야유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롯데 팬들에게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항상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칠 때도 있지 않나.
“나도 인간인데 당연히 힘들다. 말하지 못할만큼 힘들 때가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하다. 가끔 나도 그냥 더그아웃에서 가만히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조언을 하려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도 연차가 됐으면 나보다는 팀을 위해 속을 감출 수 있어야 한다.”
-홍성흔처럼 사는 것이 피곤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집에서는 말이 없다. 집사람이 매일 ‘밖에서 하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집에 와서 해보라’고 한다. 에너지를 야구장에서 다 쓰고 오니까 집에서는 말하기가 싫어진다."
-0점짜리 남편인 것 같다.
“인정한다. 밖에서는 100점짜리일지 몰라도 집에서는 0점짜리 아빠이자 남편이다. 집에서는 애들을 30분 이상 못 보겠다. 아들이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데 같이 야구밖에 안한다. 야구에 소질은 있는 것같긴 한데 내가 집에서도 야구를 함께 해주려고 하니 힘들다. 와이프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야구 선수랑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사실 집에서는 기념일도 잘 안 챙긴다.”
-두산 이적 후 김동주와의 공존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동주 형과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얼마 전에 동주 형하고 함께 웃는 사진이 나갔는데 인터넷 댓글을 보니까 팬들이 ‘김동주 선수가 이렇게 웃는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고 하더라. 내가 주장이지만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기에 베테랑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동주 형이 도움을 많이 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