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팔을 쭉 뻗었다. 왼손 스트레이트. 빠르다. 눈매는 여전히 예뻤다. 또 매서웠다. 링 위에서 섀도 복싱을 하는 이시영(31·인천시청)은 강함과 아름다움의 경계를 쉴 새없이 오가고 있었다.
인천 문학야구장 옆 인천시 복싱협회 체육관. 23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배우 복서' 이시영은 부지런히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위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2010년 드라마 역할 때문에 글러브를 꼈지만 그에게 이제 복서는 또 다른 직업이 됐다.
이시영은 지난 2월 실업팀 인천시청 복싱팀에 입단하면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쁜 연기는 뒤로 미뤘다. 눈앞의 꿈을 향해 그는 인파이팅을 하고 있다. 장난처럼 시작한 복싱이지만 이젠 도전이고 직업이며 전쟁이다.
이시영과 함께 훈련하는 남자 49㎏급 세계랭킹 1위 신종훈(24·인천시청)은 "두 달 사이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경기를 보면 조급한 면이 있었는데 이젠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앞두고 있어 시영 누나의 눈빛이 무섭다"며 "평소엔 동생들에게 살갑게 대해준다. 누나가 오면서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오전 훈련을 마친 이시영은 매니저와 함께 충북 충주로 내려갔다. 그는 24일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전국여자복싱대회 48㎏급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다. 결승전에서 자신보다 12살 어린 김다솜(19·수원태풍체육관)을 이기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국가대표가 된다면 이시영은 10월 한·일 교류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까지 57㎏에 출전했던 김다솜은 1년 만에 체중을 9㎏나 줄여 48㎏급에 나선다. 김원찬(46) 인천시청 감독은 "상대 분석은 끝났다. 김다솜의 파워가 강할 것이다. 이시영은 착실하게 포인트를 얻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