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민병헌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김진욱 두산 감독) 2인자의 반란이 시작됐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1인자를 꿈꾼다. 두산의 '민 듀오' 내야수 허경민(23)과 외야수 민병헌(26)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허경민과 밍병헌은 올 시즌 두산 야수진의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두 사람의 시작은 누군가를 대신하는 2인자였다. 허경민은 허리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한 2루수 고영민의 백업으로 프로 데뷔 첫 개막전 선발 출장에 나섰다. 전날 개막전 선발라인업에 포함된 것을 알고 긴장돼서 잠까지 설쳤던 그였지만, 그라운드에서 허경민의 존재감은 빛났다. 허경민은 고영민의 빈자리 완벽하게 채워낸 것은 물론 이후 유격수, 3루수 자리를 오가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았다. 시즌 성적은 7타점·타율 0.308(52타수 16안타). 김진욱 (53)두산 감독은 "경민이가 다양한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주니 걱정이 없다"고 했다.
민병헌은 부진한 정수빈을 대신해 지난 4일 잠실 SK전부터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는 모처럼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성적 2홈런 7타점 0.314(35타수 11안타). 이제는 포지션 경쟁자인 정수빈을 제치고 선발 출장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김 감독은 "병헌이가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선동열 KIA 감독은 "허경민이나 민병헌을 두고 누가 백업이라고 말을 하겠냐. 다른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 딱지를 붙이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실력"이라고 말했다.
노력 없이는 대가도 없는 법. 프로 데뷔 이후 늘 누군가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어 빛이 절실했던 허경민과 민병헌은 캠프에서부터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김 감독은 "두 사람 모두 이번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뿌듯하다"고 했다. 민병헌은 "캠프에서 '배팅 기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쳤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면서 "지금 그 노력의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 시점에도 '민 듀오'의 얼굴엔 여전히 땀방울이 맺히고 있다. 민병헌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고, 더 잘해야 하고, 욕심도 많다. 지금 조금 잘했다고 시즌 끝난 것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하고 더 많이 보강 해야한다"고 했다. 허경민도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