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독일 겔젠키르헨의 벨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함부르크와 샬케04전을 현장 관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 경기였다.
전날 겔제키르헨의 한 호텔에서 샬케 원정을 온 손흥민(21·함부르크)을 만났다. 지난해 7월 성남과 함부르크의 피스컵 결승전 이후 9개월 만의 재회였다. 흥민이는 늘 미소를 잃지 않아 별명이 '써니 보이'다. 흥민이는 여전히 해맑았지만 미소 속에는 남모를 고민이 묻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다음 시즌 거취 때문이었다.
요즘 한국 언론은 물론 독일·영국·이탈리아 언론에서도 손흥민이 화제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골을 터트린 흥민이는 유럽 여름이적시장에서 '핫이슈'다.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아스널·리버풀·뉴캐슬·웨스트햄(이상 잉글랜드), 도르트문트·샬케(이상 독일), 인터밀란·AS로마(이탈리아), 아인트호벤(네덜란드). 이적설이 돈 클럽만 10개가 넘는다.
무려 23개 클럽과 연결된 '이적설의 제왕' 혼다 게이스케(27·CSKA모스크바)와는 좀 다른 케이스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축구인들은 공통적으로 "유럽 빅클럽들이 손흥민을 보기 위해 함부르크 경기에 수석 스카우터를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등은 손흥민을 위해 기꺼이 이적료 1000만 파운드(약 170억원)를 지불할 의지가 있다. 함부르크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손흥민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흥민 본인은 "이적 문제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했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친구에게 향후 축구인생 10년을 좌우할 수도 있는 선택은 당연히 버거울수밖에 없다. 행여 흥민이가 부담을 느낄까봐 이적과 잔류에 관해 묻지 않았다. 앞으로 월드컵을 3~4차례 더 나갈 한국 축구 미래로서 이겨내야할 과정이라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조심스럽게 가능하다면 보다 더 큰 클럽으로 이적, 그 중 도르트문트행이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사실 난 흥민이가 함부르크에 남아 길게는 2년, 짧게는 1년 더 뛰었으면 했다. 함부르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력도 있고, 작은 클럽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샬케전 1-4 완패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흥민이는 이날 원톱으로 나섰는데 2선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 미드필더들은 전진패스를 두려워하고 횡패스와 백패스만 반복했다. 레알 마드리드 출신 판 데르 파르트도 실망스러웠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은 흥민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함부르크는 뮌헨과의 27라운드에서 2-9로 대패한 뒤 잠시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정신 못차리더라. 이제는 흥민이가 바라던 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출전도 가물가물해졌다.
독일 내에서는 도르트문트가 손흥민을 원한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올 시즌 손흥민에게 2연속 멀티골을 얻어맞은 도르트문트는 아시아 최고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 같다. 스페인과 독일로 축구 연수를 와서 도르트문트 경기를 2차례 봤다. 25일 바르셀로나(스페인)와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28일 뒤셀도르프와 분데스리가 31라운드다.
도르트문트는 손흥민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구단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흥민이가 추구하는 독일판 티키타카와 스피디한 토털사커를 펼쳤다.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은 어린 선수를 톱클래스로 성장시키는 재주가 있는 명장이다. 흥민이는 이미 마리오 괴체가 바이에른 뮌헨행이 확정됐고,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권도간이 이적이 유력해 주전 경쟁과 자신의 가치, 역할에서 유리할 수 있다. 가가와 신지(맨유)는 도르트문트 시절 전반기 MVP를 수상하는 등 리그 최고 반열에 올랐다. 도르트문트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유력하다.
흥민이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좀 더 큰 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선택은 흥민이의 몫이다. 예상을 깨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이적할 수도 있다. 겔젠키르헨(독일)=신태용 일간스포츠 해설위원
※일간스포츠는 신태용 전 성남 감독의 칼럼 '신태용의 신의 한수'를 연재합니다. 신 감독이 K리그 클래식과 대표팀, 유럽축구 등을 두루 관전하고 축구계 핫 이슈를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