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하이원 백상예술대상은 어느 때보다 쟁쟁한 후보들의 각축전으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부문에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화제가 됐던 작품들과 톱스타들이 후보에 올라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있다. 그중에서도 작품상과 남자 최우수연기상 부문은 한치의 예상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수 작품과 연기자들에 대해 시리즈로 분석하며 '백상예술대상'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이번에는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광해'는 백상예술대상에서 과연 몇 개의 상을 가져가게 될까. 제49회 하이원 백상예술대상은 오는 9일 오후 6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오상진·김아중·주원이 MC를 맡았다. 인기투표는 백상예술대상 홈페이지(isplus.joinsmsn.com/100sang)를 통해 진행중이다.
▶백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발함 돋보인 팩션
'광해'는 광해군 재위기간을 배경으로 역사를 재해석한 팩션이다. 왕권에 도전하는 무리들로 인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난폭해져가던 임금 광해가 자신의 대역으로 천민 하선을 내세우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 '숨겨야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말라 이르다'라는 글귀에서 힌트를 얻어, 이 시기의 기록중 사라진 15일간의 일들을 재구성했다. 역사적으로 폭군인지 성군인지 그 평가가 엇갈리는 임금 광해를 내세워 '폭군 광해와 성군 광해는 다른 사람이었다'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재치있는 아이디어 뿐 아니라 완성도 역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지루할 틈 없이 진지함과 유머를 변주하는 탄탄한 시나리오 위에 세련미 넘치는 영상과 음악을 덧입혀 깊이를 더했다. 의상과 미술 부문에서도 호평을 끌어냈다. 시대를 재현하는데 그치지않고 독창적인 해석을 곁들여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한 컷 한 컷에 섬세하게 신경을 써 '보면 볼수록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흥행성적 역시 기록적이다. 지난해 9월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모았다. '도둑들'에 이어 같은해 두번째 '천만영화'가 된 것 뿐 아니라 중년관객들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한국영화의 호황을 주도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는 작품상·최우수연기상(이병헌)·조연상(류승룡)·감독상(추창민)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광해'와 함께 작품상 후보가 된 영화는 '피에타' '7번방의 선물' '베를린' '늑대소년'이다. 추창민 감독은 '피에타'의 김기덕, '베를린'의 류승완,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도둑들'로 '천만감독'이 된 최동훈과 감독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병헌, 이번에도 백상 주인 될까?
이병헌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유독 상복이 많았던 배우다. 영화와 TV 부문을 두루 오가며 상을 휩쓸었다. 1996년(제32회)에 드라마 '바람의 아들'로, 2003년(제39회)에는 드라마 '올인'으로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영화부문에서 주요 상을 수상했다. 2006년(제42회)에 '달콤한 인생'으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2011년에 이르러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 영화부문 대상 수상자가 됐다.
이어 올해도 '광해'로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다. 함께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7번방의 선물'로 '천만배우'가 된 류승룡, '베를린'의 하정우, '늑대소년'으로 화제가 된 송중기, '신세계'의 황정민이다.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 백상 심사위원들도 수상자 선정에 극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병헌의 수상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예계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광해'를 두고 '오롯이 이병헌의 영화'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존재감이 돋보였고 흠 잡을데 없는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광해'에서 이병헌은 타이틀롤을 맡아 영화 전체를 이끌었고, 광해군과 천민 하선을 동시에 연기하며 1인2역을 완벽히 소화해 베테랑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두 캐릭터를 변주할때마다 눈빛과 목소리톤, 손짓 하나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액션과 멜로 등 각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를 펼친 이병헌이 데뷔후 첫 사극을 통해 또 한번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한편, '광해'는 이병헌 외 류승룡까지 조연상 후보에 올려놨다. '이웃사람'의 마동석, '7번방의 선물'에서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오달수, '용의자X'의 조진웅, '신세계'에서 열연한 박성웅과 경합한다. '광해'에서 류승룡은 허균 역을 맡아 1970년생 동갑내기 이병헌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특유의 무게감과 진중한 연기로 작품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