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이 최근 순위제를 잇따라 부활시키며 시청률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용필 SNS 0점 처리' 등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불신만 키웠다는 평가다. 3사의 집계·채점 기준은 천차만별. 각 방송사별로 시청자 문자 투표나 방송 출연 점수 등을 포함하고 있어 공정성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 쇼킹'싸이에 영향 받은 듯, 유튜브 조회수나 SNS 점수 등 새로운 부분을 도입해 혼란을 키웠다. 가요 관계자들은 "누구를 위한 순위제 부활인지 모르겠다. 구성이 다양해도 결국은 팬덤 싸움이다. 공정한 순위가 아닌 누가누가 팬덤이 크냐고 겨루는 힘싸움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각각 서로 다른 체점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 집계 방식을 바탕으로 약점을 짚었다.
▶ KBS 2TV '뮤직뱅크'
디지털 음원 65%(멜론·벅스·올레·소리바다. 벨소리·컬러링 10% 반영)
+방송횟수 20% (KBS 프로그램 출연·BGM 등) +시청자 선호도 10% (한국방송리서치 의뢰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 2만명 모집단 대상 좋아하는 곡 3곡 설문조사) +음반판매 5%
최근 2주간 1위 : 케이윌·싸이 문제점 : 자사 출연 기여도 반영
방송출연 점수를 반영해 '방점뱅크'로 불린다. 타사가 순위제를 모두 포기했을 때도 계속 'K차트'를 고수했다. 그래도 업계에선 '문자투표'가 없어 아이돌 가수가 아니여도 1위를 할 수 있는 프로란 평을 받는다. 최근 달라진 건 뉴스 출연 점수를 없앤 것. 지난 해 '강남스타일'이 싸이가 방송에 한번도 출연하지 않고도 16주 1위를 차지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고민끝에 뉴스 점수를 없앤 것으로 해석된다. 싸이는 지난 해 '강남스타일'을 내고 단 한차례도 KBS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자사 뉴스 보도에 등장해 방송점수를 2만점 가까이 받았다.
당시 가요 관계자들은 "아무리 방송 출연을 많이 해도 시간마다 뉴스에 나오는 싸이를 이길 가능성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는 이런 '업계'의 불만을 고려해 '뮤직뱅크'는 싸이의 컴백에 맞춰 보도 프로그램 방송 점수를 빼버렸다. 지난 19일 차트부터 기존에 보도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가수의 음원이 방송이 될 때 1회로 집계했던 것과 달리 보도 프로그램은 집계에서 예외가 됐다. 뉴스에서 특정 가수에 대한 보도가 빗발쳐도 1회만 적용된다.
한 가요 관계자는 "누가봐도 싸이의 독주를 막으려는 KBS측의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다른 방송사와 달리 유독 KBS는 자사 방송 기여도를 챙긴다. 그래서 공정성에서 늘 시비거리가 있다"면서 "사실 싸이의 소속사인 KBS와 YG의 관계가 전통적으로 별로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친한 기획사를 챙기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귀띔했다.
▶ MBC '쇼 음악중심'
음원·음반 점수 40%(가온차트 기준)
+시청자위원회 투표 20%(10~40대 이상 2000명. 매달 교체) +동영상 점수 15%(유튜브 공식채널 뮤직비디오 조회수, 한 IP당 하루 1번 집계) +생방송 문자투표 25%
최근 2주간 1위 : 인피니트·싸이 문제점 : 25%나 되는 문자투표
2006년 1월 이후 폐지된 순위제를 7년만에 부활시켰다. 50위 안에 들어야 '쇼 음악중심'생방송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발빠르게 변하는 음원 시장에 맞추려고 동영상 점수를 추가, 뮤직비디오 플레이 횟수를 집계해 순위에 포함시켰다. 한 IP로 하루 한 번이라는 나름의 공식도 세웠지만 문자 투표가 걸림돌이다. 생방송 투표 점수가 25%나 돼 몰입도 높은 아이돌 팬덤이 아니고서는 1위하기 힘든 구조다. 가요 관계자는 "어린 연령대 시청이 전부인 가요 프로그램에서 문자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건 팬덤 싸움이다"고 강조했다. 투표는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집계를 하며 건당 100원. 제작진은 "2회 문자 투표를 받았는데 평균 3~4만건(300~400만원) 콜이 왔다. 수익금의 용도는 일단 제작비로 쓰인다. 추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쓰일 지 논의할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 SBS '인기가요'
음원 판매점수 50%(가온차트 기준)
+SNS 점수 30% (뮤직비디오 포함. 페이스북 좋아요 및 트위터 리트윗 횟수 등) +시청자 투표점수 20% (SBS 모바일 앱으로 집계)
최근 2주간 1위 : 싸이·싸이 문제점 : SNS 비중 30% 어린 팬덤만 유리, 그나마 시스템도 미비
모바일 기기를 능동적으로 다루는 젊은 세대의 기호와 취향을 맞췄다며 SNS 비중을 30%나 뒀다. 가수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횟수와 공식 트위터에 리트윗되는 횟수를 집계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팬덤 크기와 직결된다. 결국 팬이 많아야 SNS 점수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오빠'들의 1위 차지가 쉬워진다. 실제 많은 팬카페에는 SNS 점수를 높이자는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
매주 카페 공지에 '리트윗을 시작하자' '좋아요를 누르자'라고 띄워놓는다. 한 음악 사업부 관계자는 "SNS 점수를 높여주는 대행업체가 생겼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중복이 가능하다는 점.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미국 계정으로 국내 주민등록번호를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많게는 수 백개의 계정을 돌려가며 '좋아요'를 클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다비치다. 3월 넷째주부터 4월 둘째주까지 4주간 음원 부문 점수 만점을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팬덤의 규모가 작아 2위와 3위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또 집계 시스템이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순위제를 도입, '가왕' 조용필의 '바운스' SNS 점수를 '0점' 처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TIP ▶그럼에도 순위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 '쇼 음악중심' 제작진은 "최종 1위 발표 전까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침체되고 획일화된 가요계에 활기를 불어 넣어줌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률의 상승을 기대하며 극적인 쇼를 만들고 싶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청률 분석 결과 순위제 도입 후 달라진 건 없다. '인기가요'는 순위제 도입 전 3월 17일 전국시청률 3.5%(닐슨코리아)를 기록했고 도입 후 지난달 28일 방송에서는 3.2%를 기록했다. 오히려 시청률이 떨어져버렸다. '쇼 음악중심'은 3월 16일 방송이 2.5%를 기록, 4월 27일 방송은 2.6%를 기록했다. 별반 차이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이제 시행 단계라 시청률의 상승이 순식간에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한 가요 관계자는 "순위제를 고집해오던 '뮤직뱅크'만 봐도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사실 PD들에게 1위를 줄 수 있다는 건 큰 권력이다. 뭔가 챙겨줘야 하는 가수나 기획사들에게 1위를 준다는 의미가 시청률 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