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박승주,박세영,박승희,이옥경 어머니(가운데 뒤). 화성=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
한 집안에 국가대표가 3명 이상 배출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데 '화성의 박남매' 박승주(23·단국대·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21·화성시청·여자 쇼트트랙), 박세영(20·단국대·남자 쇼트트랙) 3남매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미 쇼트트랙 박승희와 박세영은 내년 2월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까지 확정했다.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500·1000m) 대표인 박승주도 9월 예정된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다면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3남매가 올림픽에 동반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셋은 이달 초 나란히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소치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사(大事)를 앞뒀지만 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유쾌했다.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두 누나는 막내를 챙겼다. 박승주는 "세영이가 걱정됐다. 작년에 워낙 아깝게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발전 첫날 워낙 잘 해서 다행이었다. 성인대표에 처음 뽑혀 잘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박승희도 "동생이 걱정됐는데 첫날에 워낙 잘 타서 내 스스로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둘 다 함께 돼서 너무 좋았다"며 거들었다. 여기에 박세영은 "누나들 응원이 많이 도움됐다. 워낙 누나들이 편하게 잘 타서 나는 특별히 격려할 게 없을 정도"라면서 "아직도 국가대표 돼서 올림픽에 나가는 게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미 셋의 실력은 빙상계에도 정평이 나 있다. 박승희는 고등학교 때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나가 동메달(1000m)을 따냈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자랑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는 종합 2위에 올랐다. 박세영은 2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거두며 남자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박승주도 '여자 단거리 간판' 이상화(서울시청)와 꾸준하게 단거리 국가대표에 뽑혔을 정도로 잘 타는 스케이터였다.
박승주, 박승희는 각각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두 누나의 뒤를 이어 박세영도 스케이트 선수에 입문했다.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46) 씨는 "세영이만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었다. 딸들은 취미 삼아 권했는데 워낙 좋아해서 선수로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한 분야에서 함께 활약하는 만큼 누구보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해줬다. 박승희는 "다른 친구보다 우리끼리 더 많이 놀았다. 얘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면서 "항상 편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가족 아닌가. 그래서 힘들 때 서로 더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주와 박세영은 대학(단국대)도 선후배로 함께 다니고 있다. 박세영은 "배울 게 많은 누나를 따라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단국대로 가게 됐다"고 했다.
셋의 목표는 올림픽에 모두 출전해 다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다만 두 누나는 "막내 세영이가 정말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희는 "제일 열심히 하는 아이다. 우리보다 세영이가 앞으로 더 오래갈 아이 아닌가"면서 "인물도 괜찮아서 인기도 많이 얻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 '세영이 누나예요'라는 소리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주도 "지금도 우리들 사이에서 그저 어린 아기같은 느낌이다. 올림픽에 처음 나가고 실력도 있으니까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누나들의 응원에 박세영은 "내가 좀 관심 많이 받으니까 더 잘 해야겠다. 그러려면 누나한테 대표팀에서 많이 배워야겠다"며 겸손해했다. 3남매의 아버지 박진호(53) 씨는 "올림픽에 다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운이 좋은 것 아닌가. 그저 즐겁게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림픽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부담가질 필요없이 최선을 다 하는 것 말고는 바랄 게 없다"며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