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61) 탁구대표팀 총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신진 선수들이 제52회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상수(23·삼성생명)-박영숙(25·한국마사회) 조는 혼합복식에서 2001년 오상은-김무교 조 이후 12년만에 메달을 따냈다. 개인전 전체를 통틀어서도 2003년 남자단식 주세혁 이후 10년만의 은메달이었다.
특히 4강에서 중국의 왕리친-라오징웬 조를 4-1로 꺾으며 만리장성 벽을 넘어섰다. 또다른 혼합복식 조인 조언래(에쓰오일)-양하은(대한항공) 조도 16강에서 중국의 첸치-후리메이 조를 4-3으로 꺾는 등 이번 대회에서 두차례나 중국 선수를 꺾었다.
이번 대회에 나선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상은, 유승민, 주세혁, 김경아 등 한국 탁구의 중심을 잡아줬던 베테랑들이 모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거나 후배를 위해 자리를 물려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년 9월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탁구 입장에서는 신예 선수들에 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준비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 "이번 대회에 메달을 못 딸 수도 있다. 그래도 선수들에게는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보면 은메달 1개로 예년 세계선수권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성과를 낸 게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자 신진 선수의 반란이 눈부셨다. 세계 166위였던 박성혜(27·대한항공)는 여자 단식 128강에서 세계 12위 후쿠하라 아이(일본)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16강까지 올랐다. 지난달 코리아오픈 우승을 차지했던 서효원(26·한국마사회)도 개인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 16강까지 오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아직 경험을 쌓고 있는 남자복식 김민석-서현덕(삼성생명) 조, 여자복식 박영숙-양하은 조도 8강까지 올라 대표 복식 조 가능성을 보였다.
대표팀을 총괄 지휘한 강 감독은 "현 대표팀의 최종 목표인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약할 걸로 내다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을 내 앞으로 긍정적으로 팀이 바뀔 것으로 내다본 시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향후 복식 경기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 단식보다 복식에서 또한번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에 더 집중하고 잘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됐다"면서 "전략 종목으로 복식 부문에 더 신경을 써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