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선 SK 박재홍(40)의 은퇴식이 열렸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그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시즌 뒤 유니폼을 벗었다. 이제 프로야구에 박재홍보다 나이가 많거나 같은 현역 선수는 5명밖에 없다. 그들 역시 힘겹게 세월과 싸우고 있다.
◇40대 1군 선수는 류택현뿐
박재홍보다 선배로는 LG 투수 류택현(42), LG 내야수 최동수(42), KIA 투수 최향남(42), SK 포수 박경완(41)이 있다. 넥센 외야수 송지만(40)은 박재홍과 동갑내기다. 송지만 역시 박재홍처럼 은퇴 위기에 몰렸다가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올 시즌 초반 그는 박재홍의 은퇴에 대해 "친구들이 다 떠나니 허전하다"고 아쉬워했다.
40대 선수 5명은 올 시즌 나기가 만만치 않다. 이 중 20일 현재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류택현뿐이다. 작년엔 이들 중 상당수가 팀 내 주축 멤버였다. 최동수가 94경기, 류택현과 최향남은 각각 30경기와 24경기에 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살 더 먹은 올 시즌에는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최동수는 SK와 개막 2연전이 끝난 뒤 2군으로 내려가 감감무소식이다. 최향남은 4월 말 4홀드 평균자책점 6.23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1군에서 제외됐다. 타율 0.375, 1홈런 5타점을 기록한 송지만도 현재 1군에 없다. 박경완은 아예 올 시즌 1군 경기 출전 기록이 전무하다. 이들은 새내기가 들어오고, 젊은 선수가 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유일한 40대 1군 선수인 류택현도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1홀드 평균자책점 10.38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기가 힘에 부친다.
◇후배와 싸우고 눈치에 치이고
프로야구 감독은 같은 값이면 팀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를 기용한다. 누가 봐도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노장이 아니면 1군 주전으로 뛰기가 무척 힘들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양준혁(전 삼성)이 2010시즌 뒤, 이종범(전 KIA)과 이숭용(전 넥센)은 2011시즌 뒤 은퇴했다. 이종범은 41살이었던 마지막 시즌 97경기에 나와 타율 0.277, 3홈런 24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줘야만 했다.
프로야구는 직급이 없다. 다 똑같은 선수다. 오직 쓸모만이 그들의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류택현을 제외한 4명은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렸다. 1루수 최동수는 김용의, 문선재와 자리 다툼에서 이기지 못했다. 박경완 역시 조인성, 정상호에게 뒤졌다. 송지만이 맡았던 오른손 대타 자리는 현재 오윤이 차지하고 있다. 최향남은 KIA가 송은범과 신승현을 영입하면서 1군에 올라가기가 더 힘들어졌다. 노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낭비일 수 있다는 시선도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이다. 회사에서는 연차가 차면 대접을 받지만 프로야구에서 나이 든 선수는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가치를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40대 선수는 1군 복귀와 잔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동수는 "무릎이 조금 안 좋아 2군에 내려왔는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꼭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