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응원단장 홍창화(33)씨에게는 지난해 '극한직업'이란 별명이 생겼다. 누리꾼들이 홍씨가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을 괴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TV 화면을 캡처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극한직업'의 로고와 합성한 사진을 만들면서부터다. 한화가 매년 하위권을 맴돌아도 끊임 없이 응원을 하고 관중의 흥을 돋워야하는 일이 그 어떤 직업보다도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한화 팬들은 보살
대학 시절 응원단 활동을 한 홍씨는 2006년 한화 응원단장이 됐다. 그해 한화는 괴물신인 류현진과 구대성, 정민철, 문동환, 김태균 등의 활약으로 준우승을 이뤘다. 한화는 2007년에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2008년 SK로 잠시 이적했을 때는 팀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홍씨가 돌아온 2009년부터 한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3번이나 꼴찌를 했다. 올 시즌도 신생팀 NC와 최하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올 시즌 홍씨는 옆머리를 삭발했다. '10연패를 하면 머리를 삭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한화는 개막 이후 13연패를 당했다. 홍씨는 "구단에서는 '선수들이 삭발했는데 너까지 그러면 팬들이 동요한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머리 옆쪽만 자르고 대신 승리를 뜻하는 'V'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새 헤어스타일을 한 4월16일 한화는 NC전에서 시즌 첫승을 거뒀다.
부진한 팀 성적에도 한화 팬들의 응원 태도는 열정적이다. 올 시즌 한화의 홈 경기를 찾은 관중은 경기당 평균 7673명으로 9개 구단 중 6위다. 대전구장이 정원 1만3000석의 작은 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숫자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우리 팬은 보살이다. 고맙다"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19일 두산전에서 한화는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무료 입장을 실시하기도 했다. 홍씨는 "경기에서 지고 '내일 또 오실 거죠'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하신다. 그런 팬들이 또 어디 있냐"며 고마워했다.
그의 한화 사랑도 팬들 못지않다. 2011년에는 자비를 들여 승리 기원 고사를 지낼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지난해에는 "팀이 4강에 가면 결혼하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힘들면서도 뿌듯
응원단장직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보통 경기가 3~4시간을 넘어가는 데다 대부분 홈 경기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까지 원정 응원을 하기 때문이다. 야구 비시즌인 겨울에는 농구나 배구 응원단으로 일하기도 한다. 홍씨 역시 프로배구 KEPCO와 현대건설,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단장으로 일했다. 지난 시즌에는 공교롭게 KEPCO와 KDB생명도 각각 최하위를 기록해 '영원히 고통받는 홍창화'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홍씨는 "현대건설은 3위로 플레이오프도 갔는데 쏙 빼놓고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응원단장은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새로운 응원곡 등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2007년 시작한 '육성응원'이 대표적이다. 매 경기 8회가 되면 팬들이 모두 일어나 뒷짐을 진 채 한 목소리로 '최강한화'를 외친다. 홍씨는 "처음에는 왜 자리에서 일어나냐며 앞 사람에게 앉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화의 대표 응원으로 자리잡았다. 8회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