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려보자. 지난 3월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NC의 시범경기. 당시 SK는 7회까지 0-4로 뒤지다가 힘겹게 4-4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튿날 이만수 SK 감독은 "누가 NC가 약하다고 했나, 신생팀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당시엔 의례적인 칭찬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NC는 4월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패배 속에서 '경험'을 쌓았고, 더욱 강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비룡' 잡는 '공룡'으로 자리매김했다. NC는 23일 열린 문학 SK전에서 시즌 네 번째 위닝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를 만들어냈다. SK에는 4월12~14일 창단 후 첫 위닝 시리즈(2승1패)에 이어 두 번째다. NC는 이날 김택진 구단주 부부가 인천을 처음 찾아 응원했다.
'무경험'이 '유경험'을 눌렀다
9구단 NC의 가장 큰 약점은 '경험'이었다. 반면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의 자산도 '경험'이었다.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지우는 싸움. NC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승부를 갈랐다. 5-1로 앞선 6회 2사 1루에서 SK 박정권의 타구를 좌익수 권희동이 펜스에 부딪히는 점프 캐치로 잡아내며 흐름을 끊었다. 반면 SK는 1-1로 맞선 2회 1사 후 NC 노진혁의 1루수 방면 강습타구를 박정권이 잡아내지 못하며 추가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홈 마산구장에서 이미 SK에 한 차례 위닝 시리즈를 경험한 데다 수비까지 도와주니 거침이 없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홈에서 이기다 보니까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비룡 잡은 공룡들
NC는 이날 선발 이재학이 6⅓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하며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9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채웠다. 그 중 7개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좌우상하로 변화가 심한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SK 베테랑 타자들은 방망이를 허공에서 돌렸다. 지난달 13일 양팀간 시즌 2차전에서 선발 이태양이 6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것에 이은 NC 토종 선발들의 연이은 쾌투였다.
타선에서도 투수진 못지 않은 'SK 천적'이 나왔다. 이날 6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권희동은 0-1로 뒤진 2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윤희상의 3구째 시속 135km 직구를 걷어 올려 동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달 13일 SK를 상대로 프로 데뷔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시즌 2개의 홈런을 모두 SK전에서 쏘아올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특별지명으로 SK에서 NC로 이적한 모창민도 친정팀을 상대로 이날 6회와 8회 연타석 홈런을 작성하며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