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38·NC)이 돌아온다. 그리고 첫날부터 김광현(25·SK)과 맞붙는다. 얄궂은 운명이다.
김경문(55) NC 감독은 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앞서 "손민한을 5일 선발 투수로 올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2011년 롯데에서 방출된 손민한은 지난 4월15일 NC와 연봉 5000만 원에 신고선수로 계약했다. 공식적인 1군 등록은 등판 날인 5일이 될 전망이다. 롯데의 마지막 에이스로 불렸던 그는 어느덧 서른여덟 노장이 됐다. 연투가 어렵다고 보고 선발을 목표로 투구수를 늘리는데 주력한 이유다. 띠동갑보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손민한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3.24, 2승1패를 거뒀다. 마지막 선발등판이 1378일 전(2009년 8월27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공교롭게도 복귀 첫 상대가 김광현이다. 두 사람은 과거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첫 맞대결이었던 2007년 7월22일에는 김광현이 3⅔이닝 동안 5안타 1실점 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손민한은 2⅓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진짜 뜨거운 승부는 2008년 6월7일에 벌어졌다. 김광현이 9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고, 손민한은 9이닝을 모두 던지며 7피안타 2실점 완투패 했다.
그 사이 5년여가 흘렀다. 각각 2005년과 2008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손민한과 김광현은 과거에 비해 명성이 한풀 꺾였다. SK의 1선발이었던 김광현은 어깨 통증으로 조금 늦게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부상과 슬럼프 속에 지난 2년을 보냈다. 올 시즌에도 7경기 평균자책점 4.03, 1승2패로 다소 부진하다. 손민한은 프로야구선수협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이었던 이재학을 마무리로 돌린다. 우리 팀 토종 선발투수들의 구위가 좋아서 고민이 많았다. 외국인 투수들을 소방수로 기용할까 싶었지만, 팀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재학을 선택했다. 아직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은 이태양은 급박한 상황에 마무리로 올리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손민한은 과거 롯데시절 달았던 61번을 등에 달고 나온다. 후배 윤형배가 선배를 위해 등번호를 양보했다. 김경문 감독은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나가자마자 잘하길 바라면 선수에게 부담이 된다. 계속 던지다 보면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남권인 창원 팬들은 손민한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마운드에 다시 서서 공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