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막장드라마란 비난에 시달리지만, '욕하면서도 보는'신기한 드라마. 임 작가가 '신기생뎐(11)'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MBC 일일극 '오로라공주'(월~금. 오후 7시15분)은 예전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등에 비하면 화제성이 떨어지지만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자면 마치 데쟈뷰를 경험하듯, 예전 드라마의 장면들이 그대로 연출된다. '신기생뎐' '하늘이시여'등에서 나왔던 장면들이 복사를 해 붙인 듯 이어진다. 황당무개한 전개에 실소를 머금케 하는 괴상한 장면들도 공통적이다. 이젠 네티즌들도 '드라마만 봐도 임성한 작가가 집필했는지 알겠다'며 입을 모은다. 매 작품 반복되는 장면과 소재를 통해 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임 작가의 드라마를 일컫어 '임성한 월드'라고 부를 정도. 지난 달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오로라공주'를 통해 '임성한 월드'에 꼭 등장하는 '황당한'법칙들을 짚어봤다.
▶엉뚱한 상상신
빼놓지 않고 거의 매 회 나오는 장면은 바로 상상신. 드라마의 흐름과 전혀 상관없이 엉뚱한 상상신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복선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저 헛웃음을 유발한다. 극에 코믹함을 불어넣기 위한 임 작가만의 '특별 장치'지만 상상신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극과극. '극 흐름을 방해한다'와 '웃으면서 본다'는 의견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오로라공주'에서도 첫 회부터 주인공 전소민(오로라)이 상상하는 장면이 나왔다. 전소민은 극 중 교제중인 남자친구의 모친을 만나 '당장 헤어져라'는 얘기를 듣는 장면에서 돌연 상대방의 코 밖으로 삐죽 나와있는 코털을 가위로 자르는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연관성 없는 상상신은 '신기생뎐'에서도 종종 나왔다. '신기생뎐'에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성훈(아다모)과 임수향(단사란)의 베드신이 그려졌지만 이는 성훈의 꿈으로 마무리됐다. 성훈이 눈을 떠보니 자신이 키우는 개가 입을 핥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허무함을 남겼다.
▶무속인·미신에 대한 대사와 장면
무속인·미신과 관련된 장면도 꼭 있다. 전생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한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오로라공주'에서 전소민은 애완견 떡대의 사주를 보기 위해 철학관을 찾았다. 개 사주를 본다는 얘기에 운전기사와 역술가도 당황했지만 전소민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당당히 철학관에 들어갔다. 전소민이 "결혼할 때 데려가고 싶은데 이별수가 없는지 봐달라"고 하자 역술가는 "팔자가 좋다. 이별수도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05년 종영한 '왕꽃선녀님'은 아예 신 내림을 받는 여주인공(이다해)의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였다. 무속인의 삶을 사는 엄마(김혜선)처럼 딸도 신 내림을 받는 내용이었다. '신기생뎐'에서는 임혁(아수라)이 어느 날 갑자기 빙의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모습을 담았다. 임혁이 장군 목소리를 냈다가 갑자기 아기 흉내를 내는 모습에 당시 시청자들은 '도가 지나쳤다' '드라마가 산으로 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완견을 키우는 캐릭터
임성한 작가의 못 말리는 개 사랑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임 작가는 출연자의 자격으로 개를 섭외할 정도로 개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늘이시여'에서는 이수경이, '신기생뎐'에서는 성훈이 애완견을 키웠고, '오로라공주'에서는 타이틀롤을 맡은 전소민이 개를 키우는 설정으로 나온다. "개가 사람보다 낫다"와 "말 못하는 짐승을 잘 거두는 것도 공덕이다"며 주인공이 가족만큼 개를 아끼는 것을 강조하는 대사도 어김없이 나왔다.
'오로라공주' 관계자는 "주인공이 개를 키우는 설정은 기획단계 때부터 정해진 것"이라며 "임 작가가 개를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