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보다 레저 문화가 적어도 10년은 앞서 있는 나라지만 1990년대 중반 거품 붕괴 이후 레저 붐이 많이 가라 앉았다.
일본의 히말라야 트레킹은 거품 붕괴 이전인 1990년대 초반에 절정을 이뤘지만 요즘은 빠지는 편이다. 카약, 요트 등 수상레저도 마찬가지다. 해안 도시마다 마리나리조트가 있었지만, 회원 수는 정체돼 있다. 캠핑 또한 그렇다. 요즘 일본에서 ‘한국식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는 많지 않다. 작은 원룸이 통째로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텐트 대신 작은 텐트, 작은 장비로 소소하게 즐기는 캠퍼가 주를 이룬다.
엄청난 음식 재료를 쌓아 놓고 밤새 즐기는 ‘먹캠’ 문화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태양이나 수력,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장비를 즐겨 사용하며, 먹캠 대신 액티브 스포츠 장비를 더 챙긴다.
쓰시마시 중심, 이즈하라에서 멀지 않은 섬 중부에 자리잡은 신화의마을(神話の里)자연공원 내 자그마한 캠핑장도 딱 ‘일본식 캠핑의 멋’을 간직한 곳이었다. 지정된 텐트 사이트는 10여 개로 그지 크지 않았다. 아소만과 얼굴을 면한 남쪽을 제외하곤 삼면이 삼나무로 둘러싸인 캠핑장은 호젓하기 그지없다. 가족은 물론 미혼인 커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캠핑장이다. 캠핑장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Healing)이 된다. 시설은 우리의 오토캠핑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텐트 사이트 바로 옆에 수도꼭지가 있어 캠핑 후 설거지 등 뒷정리하기가 편하다.
캠핑의 멋은 사위가 어스름에 젖을 때다. 서쪽 바다로 떨어진 태양이 아소만의 수평선을 붉게 물들일 무렵, 우리 일행은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모두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작은 조각 섬이 촘촘히 박힌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바다와 면한 풀밭에 텐트를 친다면 이 아름다운 광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른 아침, 카약을 몰고 바다로 나섰다. 여전히 바다는 호수와 같았다. 양식장 부표가 촘촘하게 떠 있었는데, 이를 수영장 레인(Lane) 삼아 신나는 경주를 벌었다. 캠핑장에 비치된 카약은 모두 2인승이었다. 부부, 연인, 아버지와 아들이 호흡을 맞추기 딱 좋다. 카약은 600엔(약 1만원) 정도면 한나절을 빌릴 수 있다. 단, 경험 있는 여행사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쓰시마시청은 올해부터 국내 캠퍼들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고 있다. 지난해 쓰시마를 찾은 한국인은 15만명, 올해는 18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섬 전체 인구가 3만5000명, 마땅한 산업이 없는 쓰시마의 실정을 감안하면 한국의 관광객은 말 그대로 ‘캐시카우(Cash Cow)’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캠핑을 테마로 하는 한국 내방객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아웃도어브랜드 K2(www.k2outdoor.co.kr)는 쓰시마시와 손잡고 자사와 캠핑 장비를 쓰시마 캠핑장 곳곳에 보급하고 있다. 쓰시마에는 신화의마을자연공원 외에도 5~6개의 캠핑장이 더 있다. 대부분 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지 않고, 캠핑장마다 씨카약(Sea Kayak)이나 낚시 등 레저 장비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오는 9월이면 수도권에서 쓰시마로 캠핑하러 가는 길은 부산보다 더 쉽고 가까워질 전망이다. 오전에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경비행기가 9월부터 취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쓰시마 캠핑전문 랜드사 넷재팬(www.netjapan.co.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비용은 약 20~30만 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