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안치홍(23)이 드디어 "타격감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타격감이 너무 안 좋다"고 했던 그가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아 가고 있는 셈이다.
안치홍은 2009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성적은 타율 0.201·0홈런·12타점. 타율은 규정 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최하위다. 최근 3년간 타율 3할을 넘나드는 성적을 남겼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안치홍의 마음고생도 심했다. 지난 5월 초에는 자진 삭발을 감행했다. 이후에도 부진이 계속되자 "팀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며 자진 2군행을 결정했다. 부진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타석에서 부담감이 커지면서 조급증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성적으로 이어졌다.
주변에선 안치홍의 타격폼 수정을 부진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다소 수정했다. 배트 중심에 맞혀도 비거리가 짧고, 외야 정면으로 가는 등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해 내린 스스로의 선택,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타격폼 수정은) 잘못 생각했다. 결과가 안 좋으니 실패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안치홍 만큼이나 코칭스태프도 그의 부진 탈출을 바랬다. 그는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지난 16일 광주 SK전 7-6으로 앞선 7회 초 수비 때는 상대 김성현의 역전 적시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1루에 송구, 팀 승리를 지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는 등 수비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하지만 타격 부진이 심각하자 선동열(50) KIA 감독은 줄곧 "안치홍이 살아나야 하는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평소 성실함과 근성을 갖고 있는 그였기에 코칭스태프는 안치홍을 믿었다. 김용달(57) KIA 타격코치는 "안치홍은 욕심이 많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곧 자기 모습을 찾을 것이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는 최근에야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특히 "(타격감이) 벨만 누르고 문을 열면 도망간다"는 표현을 했다. 타격감이 좋아졌다 싶으면 다시 부진하고, 타격감을 찾았다 싶으면 다시 안 맞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는 신중하다. 안치홍은 "타격감을 찾았다고 하고선 만약 안 좋아지면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섣불리 감 잡았다는 얘기를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듬, 밸런스, 임팩트 등을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아직도 타격폼 수정의 휴유증이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