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란 의성어는 힘을 북돋운다. 게다가 코믹 영화 '으라차차 스모부'의 영향 때문인지 웃긴 느낌까지 담고 있다. 이 두 가지 뉘앙스를 더한 '으라차차'가 새롭게 나왔다. '뱀프x1/2' '무적트윈스' '스매커' 등으로 유명 만화가 박찬섭(39)이 '찬세비'라는 이름으로 최근 발표한 디지털 싱글 '으라차차'다. 동네 목욕탕에서 드레드 헤어(머리를 굵은 가닥으로 길게 딴 흑인 머리) 스타일의 까무잡잡한 남자가 '으라차차'를 외치는 모습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는 또 다르게 웃기고 삶에 힘을 주는 '스타일'이다. 목욕탕을 배경으로 촬영된 ‘으라차차’는 1990년대의 복고풍에 최근 유행하는 세미 트로트를 절묘하게 믹스한 곡이다. 지난 14일 유튜브에 동영상이 오른 후로 조회수 1만회를 향해 달리고 있다. 만화계에서 거칠고 강한 액션과 그림체로 알려진 그가 왜 '으라차차'를 발표하게 된 걸까.
- 가수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2년 전 만화 '힙합'의 김수용·'토이 솔저'의 이태호와 함께 '만화가'라는 팀을 결성하고 앨범을 발표하려 했다. 당시 만화계가 청보법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SNS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방송 출현이 그 상황을 가장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셋이서 12곡을 녹음하고 뮤직비디오까지 동두천에서 촬영했다. 사비를 엄청 들여 지미집 카메라까지 썼다. 그러나 제작사가 도산하면서 발표하지 못했다.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두 곡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허가 받지 못한 앨범이어서 모두 접어야 했다. 그 때 만난 PD와 '언젠가 우리 한 번 앨범 작업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원래는 지난해 대선 때 '으라차차'를 내서 유행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이번에 인맥을 총동원해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을 완성해 발표했다."
- 가수에 도전하는 개인적인 동기도 있을 텐데.
"1990년대 발표한 '뱀프x1/2'이 공식적으로 86만부 나갔다. 팬 레터가 수백통이 들어왔다. 어느날 TV 보면서 억울하단 느낌이 들었다. 만화가도 수많은 팬이 있는데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 지저분한 이미지로만 비추어지는 것 같았다. 음지에 숨이있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팬들과 직접 소통해보고 싶었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 만화가로 약 20년 경력이지만 가수로는 신인 아닌가.
"너무 어린 나이에 가수로 뛰어들지 않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다. 가수는 만화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저자세로 배웠다. 이 나이에 욕도 들어가면서."
- 춤과 노래가 힘들지 않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다 '도전'이었다. 아이돌 하는 건 다 해봤다. 안무만 1년 걸렸다. 냉정하게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시켜 달라고 했다."
- 동네 목욕탕이 '으라차차'의 무대다.
"이대 근처 재개발 지역의 한 목욕탕에서 촬영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제작진이 발품을 팔아 찾아낸 곳인데 촬영 후 없어졌다. 목욕탕 주인이 촬영을 허락했다가 번복하고, 촬영 날짜가 세 번이나 바뀌는 등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으라차차'는 한 장소에서 하나의 앵글을 가지고 촬영한 최적의 앨범이다."
- 이 노래의 메시지는 뭔가.
"이 노래 속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 남은 것은 몸뚱아리 뿐'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30대~40대의 중년들이 타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내자'는 것이다. 재미를 주기 위해 살을 찌우는 등의 노력을 했다."
- 드레드 헤어가 특징적이다. TV에 출연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이 머리를 한 지 15년 됐다. 방송에는 흰색으로 딴 드레드 머리를 하고 나갈 거다."
- 팔색조가 분명하다.
"내 겉모습만 보면 말걸기 힘들다. 그렇지만 대화를 나누고 부드럽다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만화와 댄스 이외에 수상스키·웨이트도 조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