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의 화두는 '동반성장'이다. 대기업들이 협력사들과 '갑을'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말 뿐이고 행동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LG의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고 실질적인 파트너십 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 "협력사와의 갑을 관계는 없다"
구본무 회장은 평소 "LG에는 협력사와 갑을 관계가 없다", "LG가 협력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라", "LG는 기술 및 교육 지원 등으로 협력사가 튼튼한 사업 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도경영과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윤리경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며 "협력사는 성장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적극 동참하자"고 말했다.
지난 5월 임원세미나에서는 각 사 CEO와 임원 300여명에게 "협력사와 제대로 힘을 모으고 있는지 챙길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LG 최고 경영진 30여명과 함께 동반성장 성과를 직접 점검하고, 우수한 사례를 계열사 전반에 전파하기 위해 천안과 평택의 협력사 2곳을 잇따라 방문했다.
구 회장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자신의 경영 철학인 '정도 경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1995년 회장 취임사에서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 경영으로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사원·협력사·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03년부터 'LG 정도경영 TFT'를 출범시키는 등 정도 경영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20년 가까이 노력해왔다.
4000억원 규모 계열사 거래 중소기업에 개방
LG가 구 회장의 정도 경영 차원에서 진행하는 동반성장은 단순히 중소기업 지원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미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LG는 올해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 등 3개 분야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 계열사 간 거래를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SI 분야에서는 LG 계열사들이 올해 발주할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한다. 이중 50%는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50%는 경쟁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광고 분야에서는 LG 계열사가 발주할 광고 금액 중 1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보안이 중요한 신제품 및 전략 제품을 제외한 광고는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전시·이벤트·홍보물 제작 등의 광고는 중소 광고대행사에 직접 발주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LG 계열사들이 발주할 건설용역 가운데 7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 건설업체에 개방한다. 특히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는 모든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 건설업체에 직접 발주한다는 방침이다.
2·3차 협력사도 지원
LG는 연초 1차 협력사 중심의 250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를 3400억원 규모로 확대한 데 이어 최근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생활건강 등 4개 계열사가 2·3차 협력사 자금 지원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추가로 조성했다.
LG는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2·3차 협력사의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한 무료 '에너지 컨설팅'도 시작한다. 전기 및 열 진단, 원가절감 컨설팅 등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방안을 수립하고 실하는 것을 지원한다. 에너지 컨설팅을 받은 협력사들은 평균 10% 가량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LG측은 설명했다.
LG는 올해 초 임직원들이 협력사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사와 관련된 금품을 일절받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말 1300여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4%가 "긍정적 변화"이며 "동반자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고 LG측은 전했다.
LG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착공하는 R&D 기지인 'LG 사이언스 파크'를 통해 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 R&D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 중소·벤처기업의 신기술 인큐베이팅 지원 등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R&D 컨설팅을 위한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