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벤처신화를 일군 국내 대표 인터넷회사 NHN이 분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 2000년 포털 서비스의 네이버와 게임 서비스의 한게임이 한 회사로 합쳐 시너지를 내며 성공신화을 이룬 지 13년 만에 분리돼 각자 법인으로 새 출발을 한다. 인터넷 초창기를 합병으로 힘을 모아 헤쳐나갔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의 모바일 시대에는 분할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8월부터 포털-게임 분할
NHN은 오는 8월부터 네이버 주식회사(포털)와 NHN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게임)로 분할된다. 네이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김상헌 현 NHN 대표이사가 맡으며 분할 법인 NHN엔터테인먼트는 현 NHN 게임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은상 대표가 내정됐다.
이번 분할은 지난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즈가 합병한 이후 13년 만이다. 이는 포털 사업과 게임 사업을 분리하는 것으로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NHN은 포털과 게임 사업 자체가 성격이 다르고 회사의 몸집이 커져 의사 결정의 속도가 예전같지 않으면서 분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또 시장 상황이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서는 안되는 글로벌 시대를 맞으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부상했다.
김상헌 NHN 대표는 "이번 사업 부문 분할로 포털과 게임이 각각 더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시대에 기민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3년 전에는 합병으로 벤처신화 이뤄
NHN이 모바일 시대의 생존법으로 분할을 선택했다면 13년 전에는 합병으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00년 4월 27일 당시 네이버컴의 이해진 대표(현 NHN 의장)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김범수 대표(현 카카오 의장)는 두 회사의 합병을 발표했다. 네이버컴은 같은 자리에서 인터넷마케팅솔루션 업체인 원큐도 흡수합병하고 검색솔루션 업체인 서치솔루션을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사의 합병은 약 1200억원 규모로 국내 인터넷 시장의 인수합병 사례로는 최대 규모였다.
당시 네이버는 검색 기술을 인정받아 한국기술투자(KTIC)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생각보다 트래픽이 늘어나지 않아 야후·다음·라이코스 등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게임은 오픈 3개월 만인 2000년 2월 회원이 100만명을 돌파하고 동시접속자도 1만명을 넘는 등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네이버·한게임의 합병은 얼마되지 않아 시너지를 냈다. 2001년 3월 한게임은 네이버의 빌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게임 부분 유료화 모델인 '한게임 프리미엄 서비스'를 오픈하고 일주일 만에 매출 3억원을 돌파했다.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성장을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도 2001년 국내 최초로 검색광고를 도입해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을 출시하고, 지식인·블로그와 카페 등 서비스를 성공시키며 성장 속도를 높여 합병 3년 만인 2003년 4월 처음으로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검색 서비스 방문자수 부문에서 1위에 올라섰다.
합병으로 2000년 자본금 22억원, 직원수 96명의 벤처 기업에서 13년 만에 시가 총액이 12조원으로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대표 회사가 된 것이다.
네이버-NHN엔터 글로벌 시장 도전
이제 두 회사로 분할하는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진출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고 해도 도전하겠다"며 "우리가 실패하면 우리를 밟고 후배들이 또 도전하고 도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는 라인이 앞장선다. 라인은 230여개 국가에서 1억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다. 모바일 사업 자회사인 캠프모바일도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회사의 폐쇄형 SNS 밴드는 지난 5월초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는데, 이용자 중 약 20%가 일본·대만·태국·북미 등 해외 이용자였다.
김상헌 NHN 대표는 “8월부터 각 사업 부문에서 보다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