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29)에게 언제부터인가 '악역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지난달 종영한 MBC 월화극 '구가의 서'에서 친구를 배신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태서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전작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에게 집적댔던 강남오빠, '늑대소년'에서는 송중기를 괴롭히는 등 기태로 출연해 관객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벌써부터 악역을 맡기엔 아직 이른 나이지만 본인은 별로 '악역' 딱지가 싫지 않은 기색이다. "선한 얼굴에 악역을 맡긴다는 건 그만큼 연기력이 뒷받침된다는 얘기 아니겠냐"며 크게 웃어 보이지만 그 미소마저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악역' 이미지가 세다.
2011년부터 쉬지 않고 잇따라 열한가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왕성한 의욕을 보이는 그는 "오히려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곡가도 마찬기자 아니냐. 명곡일수록 '뚝딱'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며 웃는다. '구가의 서'를 막끝낸 그는 오는 9월 방송될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서울의 한 하숙집에 사는 부산 출신 하숙생으로 출연한다.
-신우철 감독이 이승기에게 'B+'를 줬다. 본인은 어떤 점수를 받았나.
"술자리에서 점수 얘기가 오갔는데 물어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내 점수를 매겨본다면 89점, B+ 정도 되지 않을까. 중반부까지 감정선을 잘 표현한 것 같다. 10점 이상은 남겨둬야 다음번에 욕심 내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또 승기와 똑같이 가야 욕도 덜 먹는다.(웃음)"
-후반부 분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12회 이후 부터는 많이 안나왔다. 초반에 출연한 최진혁(구월령)이 다시 나와 후반 극 몰입도를 높였다. 분량이 줄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혼자 욕심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냐."
-극중 러브라인이 없어 아쉬웠겠다.
"태서라는 인물이 이승기와 수지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면 훼방꾼처럼 보일 수 있다.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나가는 역할이라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제대로 로맨스는 없었다.
"다른 20대 남자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제대로 된 로맨스를 찍고 싶다. 지금껏 짝사랑만 해오다 보니 상대에게 사랑받고 절절히 끓는 연기가 고프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던데.
"또래 출연자가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 지쳐 있을 때 한 명이 나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수지가 돌아다니면서 연기자들과 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유도했다."
-수지와 두 번째 호흡이다. 많이 친해졌나.
"'건축학개론'때는 데면데면했고 이번에는 꽤 친해졌다.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 나는데 농담도 주고 받고 장난도 많이 친다. 핑크빛 기류라는 기사도 많이 나와 감사했다. "
-수지 외에도 박보영·이유비·윤진이 등 여자연예인들과 친하더라.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한다.(웃음) 박보영과는 영화 촬영으로 친해졌고 이유비는 이번 작품으로 만났다. 윤진이는 학교 후배이자 같은 소속사 식구다."
-2011년부터 쉴 새 없이 작품을 하고 있다.
"소속사 뜻이 아니라 내 욕심이다. 작품을 끝내놓고 쉬는 동안 오히려 무기력해진다. 다음 작품을 바로 시작해야 캐릭터 몰입도도 좋아지는 것 같다. "
-'응답하라 1994'를 앞두고 있다. 부산사투리 연기에 대한 부담은.
"부담감도 들긴 하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래서 전작이 흥행했구나'는 신뢰가 들었다. 고향이 경상남도 진주라 사투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주인공 고아라도 고향이 진주라더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가 '유연석은 연기는 잘하나 한 방이 없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이번에 한방을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무슨 말뜻인지 잘 알고 있다. 주위에서는 서른이 넘으면 기회가 찾아오니 조바심내지 말라고 한다. 이제 서른이다."
-영화잡지 '무비위크'에 사진 칼럼을 썼는데.
"6~7개월 동안 글과 사진을 실었다. 취미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느낀 감정을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사진 찍는 건 괜찮았는데 글 쓰는게 만만치 않더라. 수정 없이 그대로 글이 실려 신중하게 썼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