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26)와 이시영(31)이 '남자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충무로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며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각각 '감시자들'과 '더 웹툰:예고살인'의 여주인공으로 당당히 나서 영화의 흥행을 견인하는 것 뿐 아니라 연기력에 대한 극찬을 이끌어내 눈길을 끈다. 최근 수년간 충무로에서 여배우들이 돋보이는 작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게 현실이다. 그나마 몇 편의 멜로영화를 제외하면 여자 캐릭터의 비중이 약해 주연급 여배우들이 조연 또는 단역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최근 3년간 한국영화를 살펴봐도 여배우의 존재감이 부각된 예는 '내 아내의 모든것'에 출연한 임수정, '연애의 온도'의 김민희 등이 전부다. 일단 여자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 없는데다 간혹 기회가 와도 이를 잘 살려내는 여배우가 없어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한효주와 이시영은 어떻게 남초현상에 시달리는 충무로에서 살아남을수 있었을까.
▶'감시자들' 한효주
역할 : 경찰 특수감시반 신입 하윤주.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력의 소유자. 혈기 왕성하고 겁이 없어 무턱대고 위험한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20대 신입 답게 애교 섞인 말투로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한다.
관객수 (6일 기준) : 누적관객수 개봉 4일만 128만 4631명. 올해 최고 히트작 '7번방의 선물'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몰이중.
평가 : 제대로 물을 만났다. 주로 여성적인 캐릭터만 도맡아왔던 한효주가 '감시자들'을 통해 일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커트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여기에 후드를 뒤집어쓴 '톰보이' 스타일을 선보이는데도 '지금까지의 출연작중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을 듣고 있다. 화장기 없이도 깨끗한 피부와 자연스러운 머릿결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설경구·정우성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연기대결에서 밀리지않고 제 몫을 다해 호평을 듣고 있다.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은 "우연히 사석에서 한효주를 만난후 여성스러운 면 외에 톰보이같은 이미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감시자들'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예 한효주를 염두에 두고 여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기대이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설경구도 "액션연기를 할 때 많이 놀랐다. 액션전문 배우로 전향해도 좋을 정도로 잘 하더라. 전작에서 차분한 모습만 드러내 '선머슴'같은 연기를 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고 한효주를 칭찬했다.
성공비결 : 청순가련한 멜로 여주인공부터 권위있는 중전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오갈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연기력이 첫번째 비결이다. 톤이 다른 역할도 무난히 소화할수 있는 마스크 역시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한효주의 장점이다. 이미 이병훈 감독의 사극 '동이'의 타이틀롤로 안방극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고,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오직 그대만'(11)을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12) '반창꼬'(12)까지 쉴새없이 작품을 내놓으며 매번 다른 이미지를 드러내 충무로 제작자와 감독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몰입력도 깊어지고 있다.
정우성은 "효주가 '감시자들'을 찍을 때는 촬영 내내 하윤주 캐릭터로 사는 듯 시크한 표정을 달고 살았다. 털털하게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도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더 웹툰:예고살인' 이시영
역할 : 인기 웹툰 작가 강지윤. 공포 웹툰 전문 작가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작가. 하지만, 자신이 그린 웹툰과 같은 방식의 살인사건이 실제로 발생하면서 신경증적인 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관객수 (6일 기준) : 누적관객수 80만 7207명. 개봉 당시 '장화, 홍련' 이후 호러영화로서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예매순위 1위에 올라 화제.
평가 : 데뷔후 줄곧 로맨틱 코미디에만 출연했던 이시영이 처음으로 선보인 진지한 내면연기. 갖은 공포에 시달리며 강박증과 불면증에 힘들어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는 말을 듣고 있다. 흔히 호러영화의 여주인공이 찢어지는 비명과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무서움을 표현하는 것에 반해 이시영은 비명소리를 최소화하고 눈동자의 움직임과 공포 앞에 경직된 신체의 떨림 등으로 극도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인물의 감정을 보여줬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하나의 장르에만 매달려있던 이시영이 배우로서 활동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더 웹툰'의 김용균 감독은 "이시영은 근성과 집중력이 좋은 배우다. 내가 힘들고 지칠때 이시영이 힘을 보태줬을 정도다. 탈진한 상황에서도 다시 촬영을 이어나가겠다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성공비결 : 열정과 적극적인 성격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애초 다른 여배우에게 캐스팅 제의가 갔던 '더 웹툰'의 시나리오를 본후 먼저 영화 제작사 대표에게 미팅을 요청하고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심지어 "내가 아니면 이 영화 망한다"는 귀염성 섞인 협박까지 했다. 또한, 촬영 기간에 강한 몰입력을 보여준건 물론이고 스태프들과 동고동락하듯이 함께 지내며 털털한 모습을 보여줘 영화계 내에서도 이시영에 대한 긍정적인 소문이 퍼졌다. 연기력과 인지도를 갖춘 것 뿐 아니라 친화력까지 좋은 배우라 제작사와 감독들의 러브콜이 쇄도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시영은 "처음으로 '원톱 여주인공'으로 나선 전작 '남자사용설명서'(12)에 출연할 때부터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여배우가 전면에 나설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데 어렵게 만난 작품인만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더 웹툰'에 참여했던 한 스태프는 "함께 작업한 후에 이시영이란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스태프들이 다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다른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괜찮은 여자 캐릭터가 있다면 앞을 다퉈 이시영을 추천할 판이다"라고 칭찬했다.